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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Mar 20. 2021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또 한 명의 귀국을 바라보며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어"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의 귀국 소식을 접했지만, 거의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던 터라, 순간 마음이 어수선해졌다.


코로나 이후 귀국을 결심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보통 학교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다가 외국인 취업비자가 코로나 이후 잘 나오지 않아서 귀국한다는 사례는 들었지만, 누구보다도 커리어에 대한 열정이 많아 회사에서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아시아가 아닌 더 넓은 세계로의 진출도 염두에 두던 그가 갑자기 귀국을 결심했다는 건 뜻밖이었다.


코로나 락다운 기간을 겪으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울증이 와서 격리기간을 각오하고서라도 한국에 다녀왔는데,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보내던 기간 동안 느낀 바가 많았다고... 일 년 내내 후덥지근하고 습한 열대의 나라에 있다가, 한국에 가니 오랜만에 선선하고 상쾌한 날씨가 감동이었고, 가족들의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것, 오랜 친구들과도 만나서 길거리 떡볶이를 먹으며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마음껏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일상인데도 불구하고 그 찰나에 느끼는 익숙함이 너무 그립더라는 것.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서 엄청나게 나은 생활을 기대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이방인으로의 긴장감 대신 우리나라에서의 익숙함이 좋고,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커리어보다는 이제는 가족의 곁이 더 소중해진 것 같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갔다. 아마도 오랜 해외생활로 인해, 게다가 격리생활이라는 것으로 인해 더 지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혈기왕성했던 20대와 비교했을 때 이제는 점점 중년이라는 이름이 더 가까워지고 있는 30대에는 도전보다는 안정감,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에 대한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해외취업이란 도전 끝에는 항상 화려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건 아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것과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아이를 낳고 난 이후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다. 커리어보다는 아이와의 시간이 더 소중해졌고, 체력이 딸리지만 그래도 아이들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옆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고, 간식을 챙겨주고, 머리를 땋아준다. 그러다가도 장난감들을 사방에 늘어놔서 온 집안을 어수선하게 만들거나, 방바닥에 밥을 질질 흘리면서 먹는 아이들의 뒤처리 담당을 하느라 진땀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삶의 작은 소소한 순간들이 다른 것과는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커리어에 쏟아부은 노력을 곁에서 지켜보아온 터라, 결국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할 만큼 했다고, 잘한 결정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지인의 귀국 소식에 마음이 허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행복이란 연봉이나 사회적인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족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순간들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귀국을 어렵게 결심했다는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나중에 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모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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