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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pr 23. 2021

작별의 순간들

위로가 되어준 마지막 문자

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작별인사를 할 때도 많다.

귀국 소식을 접하는 게 사실 한두 번도 아니고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의 귀국은 유난히도 허전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얼마 전 귀국을 결정한 지인의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만나긴 했지만, 

아직 출국일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다고 해서 가시기 전에 한번 더 얼굴 보고 싶었는데 

벌써 귀국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귀국을 준비하느라 이래저래 바쁘셔서 결국 만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하루 종일 회사일을 하고 있던 중

문득 폰 화면을 보니 카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너무 장해


미리보기에 뜬 짧은 문장 하나가 마음을 찌릿하게 훑고 지나갔다.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문자 내용을 열어보니 짧은 메시지 안에 언니의 따뜻한 작별인사가 담겨있었다.



한국 가기로 했을 때 제일 먼저 너 생각이 났잖아...

엄마 하랴 일하랴 고생하는 거 잘 알아... 너무 장해. 
타지에서도 너무 애쓰고 잘해, 아프지 않고 이렇게만 지내면 다 잘될 거야.

잘 지내고 있어, 한국에서 또 만나자



순간 코 끝이 찡해져온다. 


알고 지낸 지 10년 넘어서 너무 익숙한 지인 언니의 말투가 고스란히 음성지원이 되었다.

아마 직접 말로 들었으면 에이 고생은 무슨 고생이냐고 넘겼을지도 모르겠지만, 글로 읽으니까 왠지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작별들을 겪으면서 이젠 무덤덤 해질 법도 한데, 문자 하나에 마음이 아렸다.

하루 종일 비즈니스 미팅하면서 온갖 숫자와 이성적인 판단들로 둘러싸여, 

다치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꽁꽁 싸매져 있던 나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장해제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워킹맘으로서 그동안 열심히 지내던 내 모습을 잘 아는 누군가가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말 한마디가 큰 위로로 다가왔다.


짧지 않은 해외생활을 하는 동안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항상 해오던 일상에 익숙해져서, 이 정도는 다들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따로 하지 않았었다. 


특히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난 이후에는 주변을 챙기느라, 

나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인정하거나 칭찬하는 일이 드물었는데,

작별인사를 전하면서 토닥토닥 위로가 담긴 언니의 문장이 고마웠다.


따뜻한 작별인사를 전해준 언니한테 나도 뭔가 감동적인 말을 보내주고 싶었는데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커서 한동안 답변을 못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니야말로 그동안 타지에서 일하느라 버티느라 너무 고생 많았고,

앞으로는 그동안 그리웠던 가족들 곁에서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국에 가서 언니랑 만나서 커피를 하게 될 시간이 다시 오길..

다시 만날 땐 언니도 나도 지금보다 더욱 행복한 모습으로 웃으면서 안부를 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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