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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n 14. 2021

여름맞이 BIG SALE

지름신은 여름에 더 지독하게 찾아온다.

코로나 이전 보통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는 여름이 시작되려고 하는 지금 이맘때가 최적기였다.

일 년 내내 여름나라인 이곳에서는 한국만큼 예쁜 디자인의 옷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라서 한국에 못 간지도 오래된 요즘, 국경 너머에서도 쇼핑의 유혹은 여전하다. 우리에겐 공간을 초월한 온라인 쇼핑이 있기에, 소비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나에게 지름신이 강림한 이유는 바로 한국에서 신상 여름옷들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를 방문할 때면 순식간에 뜨는 여름맞이 바겐세일 팝업창들이 현란하게 쏟아진다. 오히려 한국을 방문할 때보다 돈을 더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싱가포르에서 옷을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 물론 자라나 망고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도 이곳에 있긴 하지만 너무 심심하거나 너무 부담스러운 느낌의 극단적인 디자인으로는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여성스럽고 세련된 꾸안꾸 룩, 시크하지만 단아하고 우아함을 잃지 않는 일명 오피스룩이나 하객룩은 한국의 퀄리티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지낼 때 나의 잇 플레이스는 바로 부평 지하상가였다. 마치 거미줄 미로처럼 구석구석 있는 그곳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길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익숙했던 곳이라 어딜 가면 무엇이 있는지 다 외우고 다녔다. 친구들이랑 수다 떨면서 지나가지만 시선은 형형색색 옷, 신발, 가방들로 저절로 눈이 갔고 유행에 민감한 지하상가 패션들을 구경하고 득템 하는 재미가 있었다. 백화점에서 비싼 옷들을 사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분명 돈을 쓰면서도 뭔가 알뜰하게 절약(?)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지하상가 혹은 아웃렛과 같은 곳은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힘든 개미지옥 같은 곳이었다. 


요즘엔 코로나로 인해 사무실도 못 가는데 옷이 그다지 필요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코로나 이후에 사무실 복귀하게 되면 뭔가 한껏 더 세련된 모습으로 컴백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긴 휴식 끝에 자기관리 안된 확찐자의 모습보다는 뭔가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컴백하고 싶달까. 코로나 시기에 집콕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온라인에서 본 옷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예쁜 옷들을 보면서 내가 저 옷을 입으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신상 옷 한 벌 정도는 당연히 살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합리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물론 사고 싶은 옷이 생길 때면 바로 구매버튼을 클릭하고싶다는 욕망을 누르고, 다시 나의 옷장을 먼저 쇼핑하는 느낌으로 훑어본다. 분명 지난해 이사했을 때 이미 너무 많은 옷들로 인해 터질 것 같은 옷장을 보면서 이제는 되도록이면 옷은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한국의 쇼핑몰들은 마케팅의 천재들임에 분명하다. 방금전에 클릭한 옷들도 인스타그램에서도 추천 상품광고로 다시 뜨면서 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한국에서 산 옷을 입고 사무실에 갈 때면 동료들이 항상 나에게 어디서 산거냐고 물어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보기 힘든 깔끔하면서 모던한 디자인인 원피스를 입을 때 특히 그런 말들을 많이 듣는다. 인터넷 주소를 알려주면 대부분 한국어로 되어있어서 매우 아쉬워했었고 영어로 번역을 해달라고 하거나 구매대행을 부탁하는 친구도 있었다. 내가 볼 때 유행에 민감하고 멋에 대한 센스, 미적 감각은 한국이 최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이 사고 나서도 계속해서 사고 싶은 걸 보면, 분명 한국은 K뷰티뿐만 아니라 K패션도 충분히 성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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