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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l 13. 2021

치렁치렁한 너와의 작별

오랜만에 미용실에서 한 헤어컷

코로나 락다운 기간 동안 길러온 머리카락을 잘랐다. 


원래는 허리까지 오게 해서 구불거리는 웨이브를 하고 싶었다. 점점 노화를 향해 치닫는 모습이 가감 없이 나타나는 피부를 보며 심란하던 차에, 머리카락만이라도 젊어 보이게 20대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대학생 시절에 그랬듯 긴 머리에 흰 티와 청바지 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러운 젊었던 내 모습을 다시 되찾고 싶었지만 머리카락을 기르면 기를수록 젊음은커녕 부스스하고 사정없이 뻗히는 것이 사자 갈기를 닮아서 마치 라이온 킹이 따로 없었다. 스트레이트 파마로 잠재운다고 해도, 기르는 동안에는 반곱슬 머리가 슬그머니 다시 뿌리에서부터 나서 또 원래 모습이 되었다. 


머리카락이 길어서 운동할 때마다 치렁치렁한 느낌이 걸리적거렸다. 틀어 올려서 똥머리를 한다고 해도 무게감이 있어서 점핑잭할때마다 자꾸만 내려오는 것이 귀찮았다. 아이들이랑 놀아줄 때도 머리카락을 잡아 뜯겼다. 아줌마가 된 지금 머리카락은 멋이라기보다 걸리적거리고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자꾸 머리가 빠져서 걱정거리가 늘었고, 머리끝은 상해서 갈라지고, 더운 날씨에 머리카락이 사방팔방 뻗히거나 높은 습도로 달라붙는 등, 관리가 필요했지만 안 그래도 할 것들이 많은데 머리카락에 신경을 쓸 여유는 있지 않았다. 체력이 달려서 기운이 없고, 피부는 늘어지고 온몸에서 내뿜는 노화의 기운을 헤어스타일로 커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흰머리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라도 젊어 보이게 하고 싶어서 길렀지만, 그것만으로 젊음이 되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정말 자르시겠어요? 후회 안 하시겠어요?"


미용실 디자이너 선생님이 가위를 들고 본격적으로 자르기 전에 다시 한번 물어보셨다. 그동안 파마 염색을 할 때도 항상 트리트먼트만 추가했지 머리를 기르는 중이라 커트를 따로 한 적이 없어서 혹시나 해서 물어보셨나 보다. 그러고 보니 머리가 길면 길어질수록 기장 추가, 관리의 명목으로 은근히 돈도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이렇게 잘라버리고 나면 거금 들여서 했던 웨이브도 다 없어지겠지, 그래도 나에겐 아까움보다는 머리가 길어서 오는 귀찮니즘을 없애는 게 더 시급했다.


고민 끝에 결국 상한 머리를 자르고 나니 훨씬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샴푸하고 머리카락을 말릴 때도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다. 코로나 락다운 기간 동안에 쌓인 스트레스들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녹아있는 것 같았는데 잘라버리고 나니 홀가분했다. 역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간편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이 제일인 것 같다. 혹시 그래서 한국에 가면 보이는 어머님들의 머리스타일은 다들 비슷하게 짧은 헤어스타일인 건가. 자르는 김에 앞머리도 자르면 좀 어려 보일까 싶었지만, 관리하기 귀찮아져서 또 실핀으로 고정하고 다닐 것 같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또다시 머리카락은 자라겠고 중간에 또 파마가 하고 싶어 질지 모르겠지만, 다 잘라버리고 나면 그만이기에 자제해야겠다. 미용실은 한동안 올 필요가 없겠지라고 흐뭇하게 생각하다가 문득 빼먹은 것이 생각났다. 흰머리 때문에 염색은 피할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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