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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l 19. 2021

지치고 힘들 때 찍는 쉼표 하나

저질체력 그리고 올해 첫 휴가


지난주부터 슬금슬금 몸살 기운이 있었다. 아무래도 작은아이의 코감기를 옮은 것 같기도 하고, 바쁜 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 듯도 한데, 오늘은 심한 복통까지 있었다. 아무래도 위염이 또 도진 것 같기도 하다.


할 일들이 쌓여있다. 회사일 외 프로젝트들도 줄줄이 마감이 있는데 아직 손도 못 댄 일들이 많다. 주말엔 그래도 일보다는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려고 하는데, 꼼짝없이 소파 위에 누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끙끙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고,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진리, 그렇기에 다음 주 화요일이 이곳 공휴일이라, 월요일은 올해 첫 휴가를 하루 쓰기로 결심했다. 원래는 한국 가려고 아껴두었던 휴가인데, 점점 심각해지는 변이 바이러스 상황을 보니 올해도 한국 가긴 어쩌면 힘들지도 모르겠단 우울감이 몰려왔다. 이대로 휴가를 마냥 쌓아두기도 어려웠던지라, 조금 길어진 주말 동안에 최대한 몸을 쉬게 할 셈이다. 컨디션을 다시 리셋하기 위해 당분간 내려놓기를 실천하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왜 또 이렇게 손가락은 근질거리는 건지 또 주섬주섬 키보드를 꺼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고 나니 자꾸 글을 쓰고 싶어 진다. 타닥타닥 글자를 누를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이 중독성이 있다. 그렇게 지금 나의 상황을 또 사진을 찍는 듯 기록하고 싶어서 꺼내보았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업에 타격을 받은 친구, 꼼짝없이 돌밥돌밥, 그리고 온라인 원격수업을 옆에서 돌봐주느라 멘털이 너덜너덜해진 친구까지, 저마다 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터널을 보내면서 다들 지친 기색이었다. 나 역시 한국에 너무 오랫동안 가지 못한 데다가 바빠지는 일들로 인해서 휴가가 절실하던 참이었는데 우리 모두에겐 어쩌면 "쉼표"가 필요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진정한 "쉼표"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일단 쉬는 환경,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이란, 여름휴가를 생각하면 쉽게 떠오를만한 야자수가 있는 바닷가같은 휴양지는 아니다. 진심으로 편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1순위도 역시 한국. 친정이 있는 한국에 가서 마음 편하게 보고 싶었던 사람들 만나면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싱가포르에서 오래 살아서 한국 갔다가 싱가포르에 다시 올 때면 이제야 내 집에 온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하던데, 난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이 나의 진정한 고향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일 년에 한두 번도 부족한데, 2년 넘게 발이 꽁꽁 묶여 있다 보니 점점 지치는 것 같다.


그리고 몸이 아파서 힘든 날 제일 그리운 건 친정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집밥이다. 요즘엔 여기서도 한국식품점에서 얼마든지 한국음식을 살 수 있지만, 엄마가 해준 정성스러운 손맛이 담긴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한 맛없는 요리를 해 먹으면서 컨디션을 달랠 수 밖에...


과연 언제쯤이면 한국에 갈 수 있을까. 진짜 휴식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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