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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l 20. 2021

한국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만 있다면

외국에서 제일 고민되는 아이의 한글교육

토요 한글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학기말에 평가 성적표를 가지고 오는데 아직 한글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나온다.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엄마인 내가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밀려왔다. 한글 노출은 가족 중에 유일하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래서 나의 노력에 비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글을 아예 마스터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일상 대화만큼은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다. 유치원 시기가 한글을 배우기에 가장 적정한 나이일 것 같기 때문이다.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영어와 중국어 학습량이 어마어마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교과목이 아닌 한국어는 순위에서 밀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그래서 한글 가르치기는 포기했다는 부모도 있었다. 영어 중국어 2개 국어 따라가기에도 벅찬데 한국어까지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에게 엄마나라의 정체성과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르쳐 주고 싶다.


한글을 배우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그래서 나중에 한국에 방문하게 되더라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도록 그렇게 가르쳐주고 싶은데 , 정말 쉽지 않음을 느낀다. 한글 그림책을 전집으로 장만해두었지만, 아이가 먼저 흥미를 느끼는 건 한글책이 아닌 영어책이다. 한글로 책을 읽어줘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영어로 번역해 달라고 한다. 그래도 꿋꿋하게 한글 노출을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딴청을 부리는 아이 앞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계속 들려주는 것도 가끔 지칠 때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한글학교를 다니다고 해서 한글실력이 크게 느는 건 무리인걸 안다. 돈 아깝다고 안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하지만 짧게라도 한국문화와 친구들 사이에서 한글 노출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보낸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래도 한글을 아예 모르던 작년보다는 지금은 한글 단어들을 쓸 줄 아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자음과 모음을 합쳐서 발음하는 방법도 아는 것 같고 ,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 한글을 읽고 쓰는 것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에게 더 편한 언어는 한국어보다는 영어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한국어를 잘하는 또래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아이를 믿고 꾸준하게 아이에게 한글을 들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꾸준하게 한글책을 읽어주면 언젠가는 한글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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