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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ug 06. 2021

글을 읽어주는 독자와의 소통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는다는 것

나는 비록 필력이 화려하거나 세련되진 않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 새벽에 커피를 내리고 방안에 퍼지는 커피 향을 한껏 들이마시며 잔잔한 조명을 배경 삼아서 조용히 글을 쓰는 시간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어느새 여유로워진 새벽을 시작하는 나의 습관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글쓰기 습관화를 최초로 했던 건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선생님 덕분이었다. 당시에는 일기 쓰기가 숙제였는데, 저녁에 하루 일과를 돌이켜보고 글로 담아내는 것이 좋았다. 거짓 없이 솔직한 나의 마음 투명하게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이 일기장이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비밀로 쓰는 것이 일기라고 해서 당시 유행하던 것이 바로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이었는데, 숙제였기 때문에 자물쇠로 잠글 수는 없었지만 일기장은 나와 선생님 사이의 비밀스러운 소통의 창구였다.


일기를 쓰고 난 후, 철수와 영희가 웃고 있는 모습 참 잘했어요가 찍힌 파란색 도장도 좋았지만, 아래 짤막하게 적힌 선생님의 피드백이 더 좋았다. 예를 들면 "동생이랑 함께 엄마를 도와드렸다니 기특합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이었겠군요"처럼 아주 대단하거나 긴 장문의 피드백은 아니었지만, 그 한두 줄의 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관심이 매번 기대되었다. 나의 첫 독자의 반응을 읽을 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렸다.


내가 쓴 글에 누군가가 공감을 해주는 것, 응원을 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말로 듣는 칭찬도 물론 좋지만 말은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글로서 눈으로 읽히는 기록은 훨씬 마음에 와닿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기록을 다시 펼쳐보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지금으로 보면 댓글과 마찬가지인 기능인 것 같은데 선생님의 다정한 글을 볼 때마다 글을 더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 혼자만의 독백이 아닌 나의 독자와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분명 글쓰기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요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단다. 내 글에 함께 글 쓰는 분들로부터의 댓글이 달린다. 그리고 나도 역시 함께 하는 글 벗님들과의 글을 읽고 댓글로서 소통한다. 혼자서 글을 쓰던 시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다. 함께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공감과 소통으로 인해 아무 말 대잔치였던 나의 글을 발행 전에 그래도 다시 한번 더 퇴고해보게 된다.


나는 거만하거나 잘난 척이 묻어나는 글이 매우 불편하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카테고리는 자기 계발서인데 종종 그런 글을 발견했고 그럴 때마다 별로 공감되지 않고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책을 돈을 주고 사면서 얻고 싶은 가치는 남의 자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주변에 조용히 묵묵하게 지내지만, 사실 엄청 대단한 분도 은근히 많아서 혹시라도 그런 느낌이 드러나는 글을 쓸까 봐 조심스럽고 글을 쓰는 동안 셀프 필터링이 심한 편이다. 쓰고 나서 다시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는 걸 계속해서 반복한다.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솔직하게 쓰는 글이기에 주관적인 관점이 많이 섞이게 되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읽는 사람을 고려한 글, 그 사이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균형을 잡는다고 해야 하나. 글은 진정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분명 필터링 없이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무튼 요즘 들어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혼자서 계속 글을 쓴다는 것이 점점 나태해져 가던 참이었는데 함께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위로가 된다.


초등학교 시절 참 잘했어요 도장 꽝, 그리고 선생님의 짤막한 문장에서 느꼈던 동기부여가

지금 와서는 내가 올리는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독자들, 함께하는 글벗들의 댓글로부터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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