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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ug 05. 2021

MBA보다 훨씬 스릴있는 싱가포르 초등입학준비

엘리트 명문학교에 대한 열망

띠리링-



문자메세지가 왔다. 초등학교 지원접수결과 문자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내용을 얼른 확인해보고싶기도 했고, 차마 결과가 안좋을까봐 두렵기도 했다.


요즘 싱가포르의 로컬 초등학교 입학 지원 시즌이 한창이다. 유치원을 너머 첫번째 공교육으로 들어서는 아이의 학부모가 되는 여정은 쉽지 않다. 그냥 동네 근처 아무데나 가면 되는게 아닐까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했지만 싱가포르는 초등학교 6학년에 인문계와 실업계가 결정되는 우리나라로 치면 마치 수능같은 시험 (PSLE)이 있기에, 싱가포르 학부모들은 면학분위기가 조성된 학교를 선호한다. 또한 명문 초등학교는 부모가 그 학교 출신인 경우에 입학 우선권이 있다. 나머지는 지원자격을 갖추기위해서 학교에 자원봉사를 지원하거나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고려되고 인기가 높은 학교는 추첨으로 뽑기 때문에 운에 많이 좌우된다.  


명문학교들이 많이 밀집해있는 우리 동네 주변은 교육열이 엄청나다. 새벽 6시가 좀 넘어서 걷기운동을 나가면 항상 지나가는 이 길목이 있는데 그곳은 등교하는 학생들을 드롭오프 해주는 학부모 차들의 행렬로 가득하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우리 아이가 이 학교로 갈 수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아무생각없이 지나치던 학생들이었는데 막상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고나니 명문학교 교복을 보면 뭔가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몇 년전 다른 학교로 학부모 자원봉사에 지원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지원하는 자원봉사는 아이가 입학하기 몇년 전부터 지원을 이미 시작해야한다. 그것도 역시 아무나 그냥 지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학교에 어떤 스킬셋으로 어떻게 실질적으로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에세이를 써서 내고, 서류를 통과하면 면접을 통해 겨우 자원봉사를 할수 있는 자격을 얻을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론 자원봉사를 한다고 해서 입학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부모로서 시도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MBA 입학지원 에세이를 쓸 때보다 훨씬 더 정성을 기울여서 지원서를 썼다. 그런데 서류에서 바로 광탈했고, 기준이 무엇인지는 알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번 초등학교 입학에 별로 기대가 없었다. 이번에 지원한 곳은 그 학교보다 더 랭킹이 높은 학교인데다가 자원봉사에서 탈락한 그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니까 어렵다고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 싱가포르 친구 중 한명은 내가 이번에 지원한 학교를 두고 "거길 노리기엔 꿈이 매우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예상해던 대로 지원한 학교에 수용가능한 자리수에 비해 이미 응시자 수가 초과되었기 때문에 순전히 운에 맡길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싱가포르 건국 50주년 SG50 베이비의 입학연도라서 안그래도 치열한 경쟁률이 더 올라갈거라고 들었다. 싱가포르 초등학교 입시 열풍이 너무 과장된거 아닌가 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줄수 있는 옵션이 분명히 있음에도 시도조차 안하면 그건 너무 아쉬움이 남을것 같았다. 지원해서 안되는건 할수 없지만, 일단은 워킹맘으로서 죄책감과 함께 내가 할수 있는 한 최대한의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발표날. 아마 아직은 깊이 헤아릴수는 없겠지만 합격여부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마치 고3 학부모가 되면 이런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8시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는데 처음에 스팸인줄 알고 지울 뻔하다가 MOE (Ministry of Education) 로 시작되는 문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결과는 합격이었다.


MBA 합격통지를 받을 때도 이 정도로 기쁘진 않았던것 같다. 안해본 사람이면 모르는 이 피말리는 싱가포르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모든 옵션을 알아보고 시도한 것이기 때문에 미련이 없었다. 아이를 위해 모든 방법을 고려해본 결과가 좋게 나온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내년이면 나도 드디어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는구나.


좀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아이를 낳고서 더 많아지는 듯하다. 그냥 동네 근처 아무데나 보내면 되는것 아닌가, 너무 유난스러운 엄마가 되는건 아닐까 싶었지만, 분명히 더 좋은 옵션이 있음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일부러 그보다 덜하거나 못한 선택을 하고 싶진 않았다.  될놈될, 안될 사람은 안된다고 하지만 이건 아이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노력에 달려있는 문제라서 할수 있는 건 일단 다 시도해보는것이 맞는것 같았다. 입학 이후 아이가 어떻게 적응하고 공부를 하는지는 아이가 앞으로 하기 나름이겠지만.


자식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고싶은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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