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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Sep 02. 2021

일상에서 씨앗을 하나씩 심는 일

프로삽질러의 이야기

쓸데없이 그런 일을 뭐하러 하니


프로삽질러로서 이것저것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나를 두고 정말 많이 듣게되는 주변의 말이었다. 두부 멘탈이었던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역시 현실감없이 무모한 시도를 하는 건가하고 의심이 들을 때도 있었지만, 요새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냥 흘려 보낸다.


먹고사니즘에 도움이 바로 되지 않을지언정, 당장 돈을 벌게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삽질처럼 보이기만 하는 일들을 계속 벌이는 이유가 있다. 바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씨앗을 심는 일 같다. 지금은 정말 사소하게 보이는 손톱만한 씨앗 하나를 묻어두고 나면, 시간이 흘러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젠가는 연약한 새싹으로라도 세상의 빛을 본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너무 사소하게 보이고, 쓸데없는 노력 내지는 무모한 도전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걸 한다고 즉각적으로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차피 안될거라 생각하고 아예 행동으로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제로지만, 조금이라도 시도한다면, 그리고 뭐라도 행동으로 옮겼다면 가능성은 0.00001%라도 생겨난다. 희박하게라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면 도전할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공간에 나의 글을 쓰는 것은 씨앗을 심는 일 같다. 하지만 글로서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얼굴도 모르는 독자분들과 소통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돈으로는 환산되진 않지만 그 이상의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새벽에 일어나 어쩌면 아무도 읽지 않을지도 모를 글을 쓰는 것이 바보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책을 쓰고싶은 사람으로서 이것 역시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목표를 향한 용기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하면서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물론 지칠 때도 많다. 수많은 거절을 겪을 때마다 한순간에 마음이 쭈굴쭈굴해지면서 가끔은 이렇게 하는 것이 의미없는 시간낭비 또는 삽질같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주변에서 핀잔을 주던 사람들이 거봐 내가 뭐랬냐 하면서 비웃는것 같기도 하다. 헛발질만 하다가 허무한 결말을 맞을까봐 걱정되기도 하다.


그러나 씨앗이 땅에 심자마자 바로 열매를 맺게되는 것이 아니듯, 결실을 보려면 시간이 필요한것 같다. 일년 내내 날씨가 좋을 수 없듯이 햇빛이 쨍쨍할 때도 있고 비가 올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작은 씨앗을 뚫고 여리지만 푸른빛이 선명한 소중한 싹이 나있는 걸 보게 되지 않을까. 당장 가시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삽질을 이어가게 되는 이유이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나만의 씨앗들을 조금씩 심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언젠간 활짝 펴게 될 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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