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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Sep 08. 2021

수학 공부와 홈트의 공통점

시작하기까지가 제일 어렵다

엄마랑 딱 10분만 풀자


아침마다 딸내미의 등교 준비 이후, 어김없이 책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아이들을 위해서 밤에 자기 전에 동화책 읽어주는 것 이외에도,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추가된 루틴이 바로 수학책 풀기다. 하루에 2페이지 정도만 딱 10분만 투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아서 유명하다는 교재 시리즈를 사서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색깔별 시리즈로 가지런히 꼽힌 책들을 보니 왠지 아이의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 뿌듯했다. 그런데 책을 산 것만으로는 끝이 아니라, 풀게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책을 펼칠 때면 새 책 특유의 산뜻한 종이 냄새가 퍼진다. 하지만 얼른 다 풀어서 헌책이 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학책은 동화책과는 달리 책꽂이에 꽂혀만 있으면 무용지물 장식품일 뿐이고, 손으로 풀어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에 딱 5-10분만 이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딸내미 앞에 책을 펼치고 연필과 지우개를 직접 대령한다. 남들은 벌써부터 수학과외도 시킨다지만 나는 적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엄마표 10분 수학으로 습관을 먼저 들이게 하고 싶었다. 극성 엄마는 아니지만 하루에 딱 2페이지는 아주 작은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아이가 하루의 시작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엄마의 이런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딸내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딴청을 부리거나 유튜브를 보여달라고 떼를 쓴다.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홈트 전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운동하기 싫어서 온갖 딴청을 부리는 모습. 그래도 억지로라도 10분만 하고 끝내자라는 결심과 함께 일단 매트를 펴고 시작하면 10분은 나도 모르는 새 지나가고 어느덧 15분, 30분이 된다. 물론 저질체력의 한계로 인해 운동 30분을 넘긴 적은 거의 없다. 아무리 홈트 영상에서 땅끄 부부님이나 빅시스 언니가 미소를 짓고 유혹해도 30분 이상은 숨이 차서 주저앉을 때가 많다. 그래도 30분 이후에 매트에 뚝뚝 떨어지는 땀을 보면서 해냈다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운동 전 매트 깔기까지의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고, 심지어 운동복을 입고 나서도 폰을 보면서 딴청을 부릴 때가 많은데 일단 10분을 시작하고 시동을 걸면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 같다.


수학 공부도 홈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기 전에는 정말 오만가지 이유를 대면서 빈둥대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어떻게든 10분을 채우게 되는 것. 그러고 나서 느껴지는 뿌듯함이 있다. 아직 딸내미는 그런 성취감을 느끼기에 너무 어린 나이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10분이 힘들다면 단 5분만 이라도, 딱 1페이지라도 라는 생각으로 목표를 더 쉽게 낮춰서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수학은 꾸준하게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포기가 쉬운 것이 수학이라는 것을 학창 시절에 깨달았기에 아이는 조금 덜 고생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루에 딱 두 페이지 풀기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오늘도 수학책은 나 몰라라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딸내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도 그 마음 이해해. 엄마도 운동이 싫지만 그래도 10분만 꾸준히 해볼게. 

그러니까 딸내미도 오늘 딱 10분만, 아니 5분만이라도 문제 풀어보기 해보자고. 

자, 첫 번째 문제 1+1 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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