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쁜 회사일에 매몰되어 번 아웃된 시기를 보내는 직장인들이 공감할만한 주제 "퇴사" 스토리를 보면서 힐링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퇴사는 좋은데, 그래서 그 이후는? 대안책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뭔가 사이다처럼 뻥 뚫린 대답이나 확신을 주는 스토리를 가진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소위 말하는 생계를 위한 일은 어떤 일이든지 고귀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다달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월급이 없으면, 불안해지기 쉽다. 회사라는 것이 꼭 풀타임 잡일 필요는 없고, 파트타임이라고 하더라도 괜찮다. 아무리 적은 수입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꽤 많은 차이가 있다. 이상만을 쫒기엔 현실은 냉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 상의 이유라던지, 회사원 라이프가 아닌 아예 전문직으로 틀어버리는 확신이 있고, 그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문과정들을 거쳐야 할 때 (예를 들면 의사, 변호사 같은 직업들) 제외하고는,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예 새로운 커리어를 도전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식구가 있는 가장이라던지, 내가 감당해야 할 의무들이 있을 때는 직업의 무게가 마냥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동안, 현타에 빠질 때가 온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막상 도전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실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혹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지속하기 힘들 때가 올 수도 있다. 메이크업 아카데미 다니던 시절, 회사를 아예 퇴사하고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동기가 있었다. 정말 열심히 하던 친구였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서비스가 불가능해진 요즘, 그녀는 다시 회사 취업에 도전했으나 쉽게 구해지지 않았고, 현재는 다달이 들어가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서 배달을 다니고 있다. 물론 상황이 나아져서 다시 그녀의 꿈을 펼칠 수 있겠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일상들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MBA를 준비하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퇴사하지 않고 GMAT, 토플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부족한 것 같고 포기할까란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긴 했지만, 반대로 회사를 다니지 않고 준비를 했다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해서 결과가 많이 달랐을까?라고 되물어본다. 풀타임으로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긴 했지만, 당시의 나는 아이가 있는 엄마였다. 엄마로서 분유값과 기저귀 값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고 직장을 내려놓고 풀타임 과정에 들어갔다면 과연 마음이 편했을까? 생각해보니 확신에 찬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기에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한 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차라리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 조금씩 작은 도전을 시도해보고 준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장이 밤낮없이 미친 듯이 바빠서 뭔가 다른 것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얼마나 간절한지 여부에 따라 틈새시간은 만들어낼 수 있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아니 10분이라도 하더라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생활은 충실히 하면서 "그 외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는 것이 마음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도전 과정이 마냥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럴 때는 비슷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이루고 서로에게 동기부여나 응원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혹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는 경우에도 역시 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이것저것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베타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난 이후에 모든 것을 걸어서 도전하고 확신이 생길 때,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파랑새는 언젠가 만날 수 있는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도전들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