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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Sep 14. 2021

아무 일 없는 감사한 하루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How are you?


회사에서 동료들과 만나면 항상 나오는 첫 질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엔 디폴트처럼 아임 파인 땡큐 앤듀, 아임 오케이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오늘은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다. 아이가 아팠기 때문이다. 몇 시간째 끙끙대는 둘째를 바라보면서 하루 종일 일이고 뭐고 손에 잡히지 않았던 하루였다.

 

아무래도 복통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어린 만 두 살짜리다 보니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계속해서 나를 향해 고사리 손을 뻗는다. 엄마가 안아줘서 낫는다면야 백번이고 천번이고 안아줄수있지만, 아픔이 가라앉지않는지 눈물을 뚝뚝 떨구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였지만, 그다지 도움은 안되는가 보다. 아이의 작은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주문처럼 되뇌며 얼른 아픔이 가시기를 바라는 수밖에, 아이가 아파하는데도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무력하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가 아무 일도 없이 무난하게 흘러간다는 건 어쩌면 작은 기적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유치원에 잘 다녀온다는 것, 나는 회사에서 큰 이슈나 사고 없이 무사히 잘 일하고 돌아온다는 것, 새벽에 일어나서 피곤하거나 두통 없이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


평소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소소해 보이고 별다른 특별함이 없는 일상 루틴 같아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감사해야 하는 기적인 것이다.


특히 건강 관련 문제가 있으면 별일 없는 일상이 행복이었단 걸 새삼스럽게 더욱 잘 느끼게 된다. 내 몸이 아파도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아이가 아프면 더더욱 모든 것이 일시 정지된다.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아이가 얼른 낫기를 바라게 된다. 아픈 아이를 바라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엄마로서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까지 덤으로 죄책감의 틈 사이를 파고든다.


얼마전 남편의 동료 와이프가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나이도 30대로 한창인 나이에다가 어린아이도 있는 엄마인데 말기암이라니, 얼마나 절망스럽고 앞이 깜깜할까. 항암치료때문에 머리를 밀었는데 가족 모두 엄마를 응원하기위해 모두 머리를 깎았다고 한다. 세식구가 빡빡리를 하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 모습이 슬퍼보이기도 하고 행복해보이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한참을 힘들어하던 아이가 저녁때쯤 되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먹었던 음식이 소화도 잘 안되고 변비까지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혹시라도 신경을 잘 못써줘서 그런 건 아닐까, 아이를 위한 신선한 야채, 과일, 유산균까지 찾으면서 바쁘게 온라인 쇼핑을 훑어본다.


건강이 최고라는 것, 아픈 곳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라는 것

당연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사실은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기적이라는 것

걱정 없이 흘러간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해야 한단 것을 새삼스레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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