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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Sep 27. 2021

주인공이 되는 만남

결이 비슷한 사람과의 대화

언니랑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요,
내가 주변인물이 아니라 주인공이 된 것 같거든요


몇 일 전, 오랜만에 만난 친한 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그녀가 이런 말을 했었다. 

커피향을 맡으며 재즈음악이 흐르는 공간, 근처 브런치 카페의 한 오전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결이 비슷한 사람과의 나누는 힐링 토크였다. 근처에서 사는 비슷한 또래의 키우고 있는 아기엄마인 그녀는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소중한 한국인 지인이다. 그녀와 만나면 공감가는 주제들도 많고 그동안 묵혀두었던 한국어 수다가 마냥 즐겁다. 


그녀는 나에게 다른 모임에서와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주변의 다른 엄마들이랑 만나면 거의 대화 주제가 남편이나 아이 얘기, 혹은 연예인 이야기들인데 나와 만나면 항상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특별하다고 했다. 나보다는 가족이 더 우선순위에 서는 엄마로서 익숙한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나와의 대화에서는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일부러 의식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제외한건 아니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찬찬히 생각해보니 대화주제는 나와 그녀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서로의 커리어, 미래, 성장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너무 빠듯하게 흐르는 것 같았다. 


방금 전 우리가 나눈 최근 근황이야기도 보니, 그녀가 요즘 하고 있는 공부,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 코칭책을 읽는 중인데 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만만치않고 어렵다고 하니 그녀는 나에게 좋은 코치가 될 수 있을것 같다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했다.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면서 공감해주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솔직히 코칭이 쉽지 않아서 좌절할 때가 많았는데, 내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던 장점을 그녀가 발견하고 이야기 해줘서 고마웠다.


코로나로 인해 지인들과의 만남이 더욱 소중해진 요즘이다. 회사일, 육아도 바쁘지만, 틈이 생길때 결이 맞는 지인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시간 역시 낭비하고 싶지 않다. 서로 바쁜 일상 가운데서 시간을 쪼개서 만나는 건데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있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시간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할 때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대화 내용도 과거 이야기보다는 뭔가 도움이 되고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해봤자 의미없고 소용없는 불평불만들보다는 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나면 만남 이후에 소모적인 느낌이 없어서 좋다. 안그래도 소중한 시간인데 만나고 나서 기운빠지는 일은 겪고 싶지않다.


코로나 때문에 끊임없이 환경적인 제제가 도돌이 표처럼 반복되면서, 주도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통제력을 갖기 어려워서 지치는 시기이긴 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는 불만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에 대한 대화가 더 즐겁고 의미있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가능성,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현재의 장애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몇 안되는 소중한 지인인 그녀가 나와의 대화에서 동기부여를 받고 공감에서 위안을 받는다는 말에 스스로를 다시 돌이켜보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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