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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Sep 28. 2021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막막함

온라인 수업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어젠 유치원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같은 반 아이가 확진자라서 간접 감염위험 때문에 정해진 쿼런틴 오더 (자가격리)는 공식적으로 어제까지였는데 학교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거의 2천 명 가까이 나오는 싱가포르 현재 확진자수를 보아 코로나 감염위험 때문에 학교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맞벌이인 싱가포르 학부모들은 이제 회사에서 올해 쓸 수 있는 연차는 모두 소진해서 더 이상 아이를 보느라 쓸 수 있는 휴가가 남아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서 회사에는 계속 출근해야 하는데, 양가 부모님은 연세가 많으시거나 지병이 있어서 아이를 봐주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도우미 헬퍼도 코로나 때문에 요즘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여태까지 계속 연차를 썼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끊임없이 온라인 수업을 하면 일하는 부모로서 대안책을 찾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회사에도 사정을 설명해보지만 언제까지고 사정을 봐주는 고용주는 없는데, 앞으로 이렇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어떤 대책이 있냐고 했다.


싱가포르 정부에서 정한 현재 지침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은 초등학교에 해당되고 유치원에 대해서는 따로 온라인 수업을 지정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확진자 수로 인해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감염위험을 우려해서 온라인 수업을 지속하기로 했다는 학교의 결정도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맞벌이 부모들의 상황 역시 이해가 갔다. 시부모님과 헬퍼 이모의 도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와 두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힘에 부칠 때가 많은데, 주변에 기댈 수 없는 아무런 도움이 없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모든 회사에서 개인 사정을 영원히 봐주기 어렵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한 Endemic상황에서 수시로 휴가를 내는 것을 계속해서 이해해줄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데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전례 없는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지쳐가는 것 같다. 언제까지고 어떤 누군가의 이해와 양해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 아닌 것도 맞는 말인데, 확진자가 끝없이 늘어가는 가운데 딱히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도 어려운 것 같다. 코로나가 아무리 퍼지더라도, 모두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건 아니기에, 생계를 이어가려면 계속 일터로 나가야 하는데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어떤 대안책을 찾아야 하는 걸까. 정서적인 우울감을 떠나서 당장 현실적인 문제까지 위협을 주는 코로나 때문에 모두 힘들어지는 듯하다. 코로나가 영원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니까.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Life still contin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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