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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Oct 04. 2021

한국행 비행기표, 그리고 수많은 절차들 앞에서

과연 한국에 갈 수 있을까

전화통화를 하면서 느낀 엄마의 목소리는 한껏 우울하고 침체되어있었다.

외삼촌의 병세가 많이 심해지셨다고 했다. 아마 올해를 넘기기 힘드실 것 같다고.


어제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하셨다는 외삼촌.

결혼식 사진을 보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던 만큼 너무나 몰라보게 수척해지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도 다 빠지시고, 얼굴도 많이 야위신 모습을 보니, 엄마가 왜 그렇게 우울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어린 시절 명절 가족모임 때 보았던 쾌활한 목소리의 외삼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진에 비친 외삼촌의 모습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고, 힘들어하시는 엄마 곁에 있어드리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내가 있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심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한국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알아볼까 싶어 심란해진 마음을 안고 다급하게 컴퓨터를 켰다.


요즘엔 그래도 백신접종자면 한국으로 입국 시에 격리 면제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희망을 갖고 알아봤는데, 역시 코로나 시기의 한국행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무슨 작성 서류들이 이렇게 많고, 검사는 출국 전에 검사, 입국하자마자 검사, 격리 끝나면 검사, 왜 이렇게 검사하는 게 많은지... 게다가 매번 검사 때마다 비용이 추가된다. 다시 싱가포르 입국 시에도 미리 사전 신청을 하고 허가가 나야지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비행기표만 달랑 사면 준비 끝인 지난 날이 그리워졌다.


그 외에 회사에도 따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요즘 치솟는 싱가포르 내 코로나 확진자 수로 인해 언제 어떻게 또 출입국 규제가 바뀔지도 몰라서 망설여지게 되는 것 같다. 혹시라도 한국에 나갔다가 싱가포르로 돌아오지 못하고 발이 묶여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 만약 그렇게 되면 아이들과는 기약 없는 생이별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한국에 가면 가족 곁에서 있는 것도 그렇고, 그동안 너무 그리웠던 한국에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명 좋을 것 같은데, 이 수많은 변수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비행기표만 사면 당장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넘어야 할 절차들 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지금 말고 12월 말 휴가기간에 다녀올까, 시간을 조금 더 두고 지켜보면 과연 이 끈질긴 코로나 상황이 과연 더 나아질까. 


6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별로 힘들지 않았던 한국 가는 길이

이젠 이렇게나 거쳐야 하는 절차들이 많아진 멀고도 험한 여정이 되었다니,


진심 코로나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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