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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Nov 15. 2021

다시, 시작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작하는 새로운 한 주

선선하고 울긋불긋한 한국의 가을바람 대신

후덥지근한 싱가포르의 초록바람을 한껏 들이시면서 걷는다.


자가격리까지 끝난 이번 한 주- 정말 오랜만에 걷기 운동을 나왔다. 그동안 운동을 중단한 지 거의 한 달- 한국에서는 끊임없이 먹방만 찍었기에 이제 다시 컨트롤과 절제의 시간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엄마 밥을 먹으면서 밥 두 세 공기는 거뜬히 비우다가 싱가포르에 돌아오니 밥맛이 똑 떨어지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매일 걷기운동을 했을때는 하루에 고작 4-5키로 걷는게 과연 얼마나 살이 빠질까 반신반의했지만 한국에 가서 오랜만에 지인들을 보니 다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했다. 아주 조금씩이더라도 꾸준히 하는 힘이 나중에 돌이켜 봤을때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주말 내내 아이 교육 관련해서 고민으로 꽉 찬 날을 보냈다. 결론은 교육이고 뭐고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아이의 마음을 아껴주고 존중해주는 것이 제일 필요하단 거, 이번 일을 그냥 건성으로 지나가지 않고 아이의 정서를 위해 엄마로서 신경 쓸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참이다. 아이의 행복이 나에겐 가장 최우선이니까. 아이 교육에 대한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론적으론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아서 잘한 것 같다.


그동안 글이 잘 써지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한국에서 일정이 바쁘기도 했지만 한국 방문 때 꼭 빼먹지 않는 대형서점 방문 이후 나는 글을 쓸 용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 세상엔 너무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의 스토리들이 담긴 책들도 수십 권 수백 권 수천 권이 나오는데 그냥 평범한 사람의 주절거림을 과연 같은 "글"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장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름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명함을 갖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생각들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비록 나만의 기록으로 남겨지더라도 글을 쓰는 건 좋은 것 같다. 어지러운 생각의 파편들을 담아내면서 앞으로 향해야 할 길이 또렷하게 보이기도 하고, 글벗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분들과도 고민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챙겨야 할 회사일도 아이 학교일도 그리고 나만의 프로젝트들도 쌓여있지만, 나만의 주절거림으로 끝나더라도, 조금 뜸해지더라도 글 쓰는 용기는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오늘 다시 산책길에 오르면서 떠오른 생각을 담아본다. 꾸준하게 걷기 운동하듯 꾸준하게 글쓰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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