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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Nov 16. 2021

이미 이대로 충분하다는 것

딸아이의 수상 소식

한글학교 때문에 하루 종일 심난했던 어제 오후-


별안간 유치원에서 딸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선생님과 상장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얼마 전에 참여한다고 했던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수상했다는 것이다.


이미 영어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그걸 당연하다 여기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어라고 여겼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회에 나가서 수상까지 한 건 당연한 게 아니다.

영어는 과외활동을 한 개도 하지 않고 있는데, 상까지 받고 와서 얼마나 기특하던지.


앞으로도 로컬 초등학교에 진학할 아이에겐 사실 한국어는 필수가 아니라서.

엄마로서 불안했던 것 같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영영 놓아버릴 것 같아서.

한국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국 문화에 노출을 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아이가 힘들다면 당분간은 쉬는 게 맞는 것 같다. 

억지로 시켰다가 아예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들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영어는 왜 잘하는지 거꾸로 생각해보니 억지로 시키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가 있으면 그것과 관련된 책을 마음껏 읽게 했다.

아이 물건 관련해서 돈을 아끼지 않는 투자는 바로 책이다. 

우리 집에는 항상 온갖 책이 책장을 가득 매우고 있다. 나의 한국어 책들도 만만찮게 많지만, 아이들 책 역시 온갖 디자인의 알록달록한 책들이 거실을 나뒹굴고 있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노출이 되다 보니 저절로 익숙해진 것 같다. 한국어도 그렇게 자주 접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말이다.


아무튼 시키지 않아도 아이 혼자서 자기 주도적으로 열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음에 감사하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도,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도 말아야겠다. 

이미 지금 이대로도, 건강하게 지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니까.

아이들은 저마다 각각 갖고 있는 보석들이 다를 테니까.

엄마로서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것을 조용히 지지해주고 

뒤에서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그런 든든한 친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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