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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우먼에게 명품 가방이란

에르메스 립스틱 품절 기사를 보며

by 커리어 아티스트


싱가포르 오피스 중심가를 다니다 보면 유명 브랜드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 커리어우먼들의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싱가포르 커리어 우먼 중, 비록 옷 스타일이나 화장에 신경을 덜 쓰는 사람들은 있어도 가방(또는 지갑)에는 관심이 많고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오피스 중심가에는 명품가방 전용 세탁소도 꽤 있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가방보다 명품 시계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사회 초년생 때는 명품에 관심은커녕 매달 월세 내는 것도 버거웠다. 가방은 에코백이나 그다지 비싸지 않은 싱가포르 브랜드인 찰스 앤 키스를 가지고 다녔다. 당시에는 명품은 허영심 많은 사람들이 사치 부리는 것, 가방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명품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점점 사회생활 연차수가 늘어나면서 내 주위에도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숫자가 늘어나면서 명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혼 준비하면서 혼수로 샤넬 가방을 받았다는 친구 얘기, 평소에는 모르지만 그래도 결혼식 때 가지고 다닐 만한 가방은 명품 좋은 거 하나쯤은 있어야지 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직장에서도 고객을 자주 만나는 업무 특성상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는 동료들이 꽤 있었다.


hermes-boxes.jpg 오렌지 박스의 로망 (출처:구글)


어느 날 직장선배와 점심시간에 얘기하다가 명품 이야기가 나왔다. 명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던 그녀는 루이뷔통, 샤넬, 등등 들고 다니다가 이번에 몇 개월의 기다림 끝에 켈리백을 드디어 샀다고 했다. 켈리는 뭐지, 새로 나온 브랜드인가 하다 그때 처음으로 에르메스 가방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에르메스 가방 라인으로 버킨백과 캘리백이 있는데 그중 하나였던 것이다. 가방 하나에 몇 천만 원 하는데, 바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구매내역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구매 "자격"을 갖출 수 있으며 주문 제작하는 거라서 얼마 동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구입 과정 자체가 그렇게 복잡한데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니 신기한 세계였다.


index.jpg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 (출처:구글)


그녀는 바로 브랜드 희소성의 가치를 사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아무나 쉽게 흔히 살 수 있는 물건 말고, 진입장벽이 높아서 나만이 특별하게 가지고 다니는 것을 소유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고 했다.

마치 트로피처럼 에르메스 가방을 책상 위에 두면 그동안 야근하고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열심히 일해서 본인의 능력으로 구매한 명품가방은 그녀에게 있어서 스스로의 소중한 가치와 능력을 대변하는 자부심이었다.


언젠가 읽었던 책 중에 일본 작가가 쓴《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가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돈을 모으느라 애쓰는 대신 갖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야 더 많은 부가 따라온다고 말하는 것이 요점이었다. 돈 쓰는 걸 무서워하며 평생 모으기만 하는 사람이 될지, 과감하게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더 큰 부자가 되는 꿈을 꿀지 에 대한 책이었는데 명품 구매를 허영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 게하는 동기부여로 삼으라는 것이 요점이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40811211514287


그러던 중 오늘 본 기사에서 에르메스가 코스메틱 라인으로 립스틱을 출시했는데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 서서 백화점에서 사는 바람에 이미 동이 났다고 했다. 에르메스의 상징인 오렌지 박스를 언박싱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도 큰 듯하다. 명품을 좋아하는 싱가포르 상황도 역시 예외없이 매진이었다.

에르메스 립스틱은 한국 가격 88000원, 그리고 싱가포르는 103달러에 출시되어있었다. 립스틱 가격치고 참 비싼데도 본인의 능력으로 소소한 명품을 소유할 수 있으면, 그리고 그런 소비를 함으로써 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면 이런 구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명품을 살 필요는 없지만, 만약 본인의 자존감과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능력이 되는 한에서 구매를 하는 건 본인의 선택이기에 무조건 사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명품에 집착해서 쓸데없이 과시를 하기 위해 능력 밖의 물건을 사는 건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좋은 물건을 하나 사서 오랫동안 들고 다니면서 브랜드 가치를 즐길 수 있다면 현명한 소비가 아닐까.


그래도 솔직히 에르메스 가방은 가격이 너무 비싸긴 한 것 같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그 비싼 가방을 색깔별로, 모델별로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던데, 어떻게 그렇게 다 구매할수 있는 능력이 되는건지 대단한 것 같다.


언젠가 에르메스 가격 따윈 아무렇게 않게 느껴질 만큼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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