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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an 08. 2022

엄마도 알림장이 필요해

싱가포르 초등학생 학부모 일주일 후기


로컬 초등학교 입학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월요일 첫 입학 날과 금요일에는 8시 반까지 등교였고 나머지는 7시 반까지 등교. 7시 반까지 등교하려면 아직 날이 밝아지기 전인 6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시간에 단잠에 빠져있는 아이를 깨워서 학교 갈 준비를 시키다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도 짜증 없이 잘 일어 나주는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등교하기 전 12월에도 수시로 학교 안내 공지사항이 앱을 통해 전달되었다. 교과서와 학용품에 이름, 반 번호를 써붙이고 교과서는 비닐포장을 해야 해서 입학 전날 참 분주했다. 한두권이 아닌 책들을 전부 비닐로 싸고 있자니 무슨 부업하는 느낌이-_- 게다가 일주일 동안 가져와야 할 책들과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겨야 했는데, 매일 다른 아이템들을 준비해야 하는 거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유치원 다닐 때에 비해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오늘은 학생별 이메일과 온라인 시스템 셋업을 해야 하는 것이 숙제였다. 오리엔테이션 미팅 때 학부모가 학교와 함께 아이의 교육 파트너가 되었음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챙겨야 할 것들이 정말 많고 알림장에 적힌 대로 저절로 준비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결국 엄마들이 챙겨야 하니까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부지런 해져야 하는 것 같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 앞 길은 엄청 막힌다.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수많은 차들로 인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새벽에 걷기 운동을 할 때마다 학교를 지나칠 때 교복을 입은 꼬맹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쯤이면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입학 첫날 막히는 차량행렬에 끼어있자니 현실감이 확 느껴졌다. 등하굣길에서 에너지를 뺏기지 않도록 최대한 학교 근처에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들 같은 생각인 것인지 몰라도 학교 앞에 있는 아파트들은 역시 비싸다.


등교 첫날에는 부모 중 한명이 교실까지 동행을 할 수 있었다. 어른이 들기에도 무게가 제법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가는 아이가 신경쓰여서 가방을 대신 매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긴장된 상태로 교실로 향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등교 첫 날, 대부분 싱가포리언이고 외국인은 아마 나 밖에 없었던 것 같아보였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첫날인지라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긴장감도 섞인 교실 분위기가 느껴졌다. 둘째날에는 부모가 교실까지 동행할수 없고 교문에서 헤어지고 아이 혼자 들여보내야했는데, 과연 혼자서 잘할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혼자서도 씩씩하게 무거운 가방을 매고 교실을 잘 찾아가는 뒷 모습을 보니 뭉클했다.  


오후 1시에 쨍쨍한 땡볕에서 하교할 때도 수많은 대기차량에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기다리는 나를 알아보고 막 뛰어와서 와락 안기는 아이를 보면 흐뭇해진다. 언제 이렇게 커서 초등학생이 되었을까란 생각에 대견한 마음도 든다. 벌써 입학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니. 일주일이 어느새 한 달, 한 달이 모여 또 일 년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흐르겠지. 영어나 수학은 괜찮은데 중국어 책을 보면 멘붕이 온다. 아직은 병음이 쓰여있어서 다행이지만 한자로만 되어있으면 순식간에 문맹이 되는 것 같다. 나중에 글도 못 읽는 엄마가 되면 좀 부끄러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이의 책을 보면서 나도 공부 좀 해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꼼꼼하지 않고 덤벙대는 성격인지라 나의 to do list도 항상 메모하고 적어가면서 체크하는 편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뭐라도 빠뜨린 게 있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무사히 일주일이 흘렀다.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바쁘다고 아이의 준비물을 빠뜨리고 싶진 않다. 일도 일이지만, 아이의 교육은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우선순위니까 아이의 알림장에 맞게 엄마인 나도 알림장을 적으면서 노력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워킹맘이어서 미안하다는 죄책감 대신, 일에서 바쁘지만 우리엄마는 항상 나를 챙겨준다는 든든함이 느껴지는 그런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싶다. 완벽하진 않아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돕는 성실한 엄마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다이어리에 나와 아이의 체크 리스트를 동시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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