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했던 사람들과의 인연
Today, I have an announcement to make.
사실 오늘 중요한 발표를 하나 하려고 해
항상 가던 단골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주문하던 중 그에게 말했다. 입사 후 가장 많이 의지하고 배우던 동료, 최근에 다른 팀의 매니저로 승진해서 이동한 친구였다.
"음? 설마... 축하해야 할 소식인 거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되묻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아쉬움을 가득 담은 채 퇴사 이야기를 꺼내려던 순간
"혹시 셋째 임신?"
한껏 무게를 잡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려던 중 그의 예상치 못했던 답변에 별안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임신소식으로 생각했다니, 이건 퇴사보다 더 무시무시한(?) 발표가 아닐까. 한동안 웃으며 말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결국 사직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표정이 급 시무룩해지면서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겠다고 공감해주었다. 새로운 기회를 축하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내가 떠나서 너무 아쉽고 슬프다고 했다. 다른 팀의 매니저가 된 이후에 원래 본인의 팀에 나를 영입하려던(?)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한 발 늦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도 얘기했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나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다른 곳으로 가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자고 당부했다. 유일한 한국인 동료를 잃게 된 것이 아쉽다며 퇴사 전에 한국음식점에 꼭 함께 가자는 말도 덧붙이면서...
프로이직러로서 나는 퇴사를 한 경험이 사실 여러 번 있다. 그래서 퇴사의 절차도, 과정도 너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이직 그리고 구조조정도 동시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싱가포르에서 어차피 영원한 직장은 없고, 언제든지 회사와는 계약관계라는 생각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것이 프로다운 것, 말랑말랑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이 세계에서는 아마추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난히 이곳의 작별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인 것 같다. 직장을 다니는 동기부여로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월급, 함께 일하는 동료, 일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의미부여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불만이 있거나 만족하지 못해서 이곳을 떠난다기보다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서 떠나길 결정한 것이기에 아직까지도 이것이 과연 잘한 것인지 솔직히 두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는 말했다.
"너는 항상 우리한테 따뜻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친구였으니까
아마 그곳에 가서도 넌 지금처럼 빛날 거야, 어딜 가든 잘할 거니까 절대로 걱정하지 마"
오후에 팀 미팅 때는 매니저님이 나의 퇴사를 발표하셨다. 아직 마지막 날까지는 기간이 남았지만, 미리 인수인계를 위해서 이야기하셨다. 이후에 팀원들이 저마다 축하한다고, 용기 있는 도전이 멋지다고, 응원한다고 말해줬다.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도 응원을 해주니까 불안했던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다. 아직 마지막 근무일까진 시간이 남았는데 그 사이 또 다른 딜을 성공해서 노티스 기간이 더욱 바빠진 것이 아이러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를 하고 싶다.
회사를 떠나더라도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항상 남는다.
동료가 아닌 친구라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