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원 픽업을 대기할 때마다 책을 꺼내 읽는다. 커피숍에 앉아서 보내는 한 시간 남짓한 대기시간은 나에게 휴식 같은 시간이다. 스타벅스의 익숙한 오렌지색 조명 아래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폈다. 오늘의 책은 퇴사 후 읽어보기에 타이밍이 절묘한 <인디펜던트 워커>라는 책이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마음만 바쁘고 읽지는 못하다가 퇴사와 입사하기 전 이 틈새시간을 이용해서 최대한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보려고 한다. 업무 관련 책도 읽을 것들이 산더미인데, 그 이외의 주제로 된 책도 사놓기만 하고 아직 시작도 못한 책이 너무나 많다.
오늘의 책에서는 회사나 직무만으로 일을 정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제에서부터 공감이 되었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회사 밖에서도 다양하게 하고 싶은 일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특출 나게 잘하는 것 또한 없어서 뭔가 한 가지 분야에 올인하기보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시도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특정한 한 가지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마다 너무 산만한 건 아닌가,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내 모습이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젠 그냥 해보고 아님 말고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많아졌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한 가지를 마스터하려고 하면, 그 부담스러운 무게감에 시도도 하기 전에 주저앉게 되니까, 차라리 시도를 빨리 해보고 이러한 시도들이 잘 안되는 경우, 그 이후에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생은 짧고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도하기 전에도 역시 두려운 마음이 컸다. 그런데 몇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쓴 글보다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몇 분만에 아이 학원 대기하는 동안, 혹은 출퇴근길에 휘리릭 갈겨쓴 글이 반응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내가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글보다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 글에서 반응이 올 때면 세상일은 참 예측불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모든 도전들을 너무 긴장하지 않고 시도해 보고 싶다. "내 주제에 무슨"이라는 겸손의 가면을 쓴 자기 비하보다는 "하면 되지, 아님 말고" 정신을 더 가다듬고 싶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믿어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