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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날의 마지막 선물

팀원들이 준비한 마지막 페어웰 선물

by 커리어 아티스트


이 업계는 굉장히 치열하면서도 냉정한 곳이다.


이직도 흔하고 구조조정도 흔해서

마지막 출근날이라고 딱히 뭔가 특별하게 이벤트를 준비하기보단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잘 가렴- 하고 작별인사가 끝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구조조정인 경우엔 작별 인사는커녕,

쥐도 새도 모르게 그냥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_-

처음엔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는 분위기에 다소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흔하게 일어나는 그 분위기에 점차 무뎌져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일과 동료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노티스의 마지막 날이 점점 다가오는데 일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그래서 인수인계 트레이닝을 하느라 거의 매일같이 회사에 출근하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 그래도 마지막 날 그냥 Bye라고 한마디를 딱 던지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뭔가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다.

다년간의 학부모 경력 짬밥(?)으로 스승의 날에 선생님한테도 드렸던 선물들을 떠올렸다.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흔한 초콜릿보다는, 코로나이기에 건강식으로 개별 포장된 견과류와

팀원들의 각자 개인의 이름을 새긴 보석이 박힌 고급 펜을 주문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에게 펜을 건네주면서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우리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고 한 명씩에게 인사했다.

특히 우리 팀 비서 언니는 눈물이 그렁그렁 하셔서 나도 함께 뭉클했다.

아직 퇴사한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이렇게 선물을 준비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셨다.

사실 선물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행복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미팅 알람이 왔다.

다들 오후 5시에는 자리에 와있으라는 팀장님의 메일이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페어웰 선물 전달식이 있었다.

팀원들도 나 모르게 몰래 카드와 선물을 준비했었던 것이었다.ㅜㅜ



너무 좋은 동료였는데 떠나게 되는 것이 아쉽지만
우리들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준비했어.
새로운 직장에서도 항상 건승할 거라 믿고 마지막 스피치를 부탁해.




팀장님의 말씀에 눈물이 차오르는 걸 억누르느라 얼굴이 빨개졌다.

뭔가 감동적인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길어지다간 괜히 슬퍼질 것 같아서 서둘러 한마디로 정리해야 했다.


Thank you very much everyone.
This was the best company in my entire career



팀원이 각자 롤링 페이퍼로 쓴 카드 안에 담긴 소중한 메시지를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감사한 일터였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졌다.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목걸이 선물을 보면서

앞으로 새로운 곳에서도 꼭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정을 담뿍 담고 떠날 수 있던 이 회사가

나의 커리어의 한 기록으로 남아있게 되어서 행복하다.


이젠 정말

Farewell ever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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