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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Mar 24. 2022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된 식구들

한동안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기 때문이다. 나만 빼고.


처음에는 헬퍼 언니가 시작, 그리고 남편까지 걸렸을 때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어느 정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아이들의 자가진단 키트에까지 기어코 두줄이 뜨고야 말았다. 요즘 코로나는 전파력이 강하다더니 역시였다. 처음에 진단키트를 잘못 본 줄 알았다. 아이들은 기침이나 코막힘 같은 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렸다.


전부 아픈 가족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몸이 아파서 우는 아이들, 하루 종일 끙끙대는 남편을 보며 그냥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나도 그냥 다 같이 걸려서 온 가족이 항체를 갖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여전히 나만 혼자서 음성이 나오고 있다. 마스크도 안 쓰고 음식도 나눠먹는데 말이다. 잠복기 일수도 있고, 시간 차를 두고 걸릴 수도 있는 거지만, 그나마 나라도 괜찮아서 가족들을 보살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회사일, 밀린 집안일, 그리고 병간호까지 모두 하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 완벽함을 내려놓기로 했다. 집이 좀 어수선해도 그냥 그러려니, 아이들 우는 소리에 회사 미팅에 집중을 못해도 내가 깜빡 놓쳤나 보다, 아이들과 잘 놀아줄 수 없어도 얘들아 엄마가 정신이 없어서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줘 라는 말을 반복했다. 푸석푸석한 몰골, 어질러진 방안, 쌓인 설거지, 밀린 회사일 등 제대로 하는 일 없이 모두 엉망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나라도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가족들 곁에서 엉성하게나마 챙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불안했었다. 그래서 뭐든지 잘하려고. 매사에 완벽성을 추구했던 내가 이렇게 온 가족 확진이라는 혼돈의 시간을 겪는 도중에, 아이러니하게도 사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온 힘을 다해 아등바등거려도 코로나가 덮치는걸 나의 의지대로 막아낼 수 없으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모든 것을 다 해낼 순 없는가 보다.라고 하루하루 가족들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 일상은 대충 흘려보내고 있다. 억지로 나를 괴롭혀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힘들어하는 식구들 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곁에서 해열제를 준비하고 생강레몬차를 끓이고, 죽을 끓였다.


식구들이 코로나에서 벗어났으면, 건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 외엔 나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코로나 확진 이후, 건강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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