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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Mar 12. 2022

못난이 내 손톱

그래서 안쓰럽지만 기특한 손톱


나는 초조할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요즘처럼 긴장하는 미팅 시간이 자주 있을 때면 특히나 손톱은 엉망진창이 된다. 오늘은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서 불안해졌다. 그리고 이내 자꾸만 손이 입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한테 그렇게 많이 혼났으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고쳐지지 않는 고약한 습관으로 인해 내 손톱은 항상 짤막하고 뭉툭하고 볼품없이 못생겼다. 네일 케어샵에서 볼 수 있는 가지런하고 얄쌍하면서 곱게 매니큐어 칠이 되어있는 손톱이 부럽다.  


한 때는 손톱 연장술도 해보고 데싱디바 같은 손톱 스티커도 붙여보고 콤플렉스인 손톱을 어떻게든 감춰보려고 했다. 하지만 예쁘다고 만족하는 건 잠깐일 뿐, 익숙하지 않은 긴 손톱 때문에 타이핑할 때나 렌즈를 손가락으로 뺄 때면 참 불편했다. 긴 손톱이 혹시라도 눈을 찌를까 봐 렌즈를 뺄 때도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키보드를 누를 때도 걸리적거렸다. 


억지로 감추거나 바꾸려고 하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일 때가 편한 것 같다.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할때 느껴지는 마음 속 이물감이 더 불편하다. 물론 나쁜 습관은 조금씩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내 모습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당당하게 지금의 부족한 나도 역시 좋아하고 아껴주고 싶다. 


왜냐하면 내 손톱은 예쁘지 않은 대신 더없이 편하고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불안해하면 물어뜯기는 희생을 하면서까지 마음을 달래 주었고 타이핑할 때도 걸리적거림 없이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있게 해 줬다. 렌즈를 뺐다 껼때도 눈 찌름 걱정 없이 편하다. 완벽하게 예쁘지 않아도 나에겐 충분히 고마운 내 손톱이다.


나를 부정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때 비로소 자신감이 조금씩 붙는 것 같다.

물론 손톱 물어뜯기는 별로 자랑할만한 좋은 습관은 아니니까-_- 조금씩 개선하는 게 좋겠지만 그렇다고 나의 손톱을 너무 미워할 필요도 없는 듯 하다.


원고 작업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다가 손을 보고 떠오른 아무 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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