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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Mar 06. 2022

나를 위해 선물하는 게으른 하루

귀차니즘이 노크할 때

문득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하는 것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나를 내버려 두기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달구리 음식들이 엄청 당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마구 먹는 며칠을 보내고 나니 속이 더부룩하고 뱃살이 더욱 두툼해진 것 같다. 새벽 기상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아서 눈이 떠질 때까지 그냥 자버리기도 하고, 늦게까지 드라마를 정주행 하다가 바이오리듬이 다 깨지기도 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일을 많이 벌이기도 하고, 항상 바쁘게 살면서 열심히 엔진을 풀가동하는 것 같지만 철두철미하 빡빡하게 빈틈없는 절제만 하지 않는다. 나는 로봇이 아니니까. 여러 가지 역할들을 소화하려면 시간관리가 필수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힘들어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마음 관리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지칠 때, 번아웃이 곧 나를 덮칠 것 같은 예감이 들 때가 분명히 온다. 이렇게 아등바등하는데 왜 여태까지 이것밖에 이룬 것이 없는 건가, 왜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할까라는 실망감이 슬며시 올라올 때도 있다.


돌이켜보니 한창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던 시절도 그랬다. 새해 첫날에는 몇 킬로 감량을 목표로 하고 초반에 타이트하게 관리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식의 유혹에 빠져서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의지력도 나약한 내가 무슨 이라는 생각과 함께 운동이고 뭐고 다 귀찮아지면서 그냥 포기하려던 그때 PT선생님이 괜찮다고 며칠 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했었다. 분명 나아지고 있는 과정에 있고 다시 운동하면 되는 거라면서 말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열심히 달렸으니까 그런가 보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켜 놓아서 뜨거워진 노트북을 잠시 절전모드나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잠시 전원 차단 모드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는 스스로에게 선물을 준다. 아무런 절제나 관리 없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되는 게으름뱅이의 하루다.


매일매일 빡빡한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조금 쉬었다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물론 게으른 하루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면 바람직하진 않겠지만, 사실 어느 정도 내려놓은 일상을 보내고 나면 노는 것도 지겨워지면서 다시 슬그머니 루틴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멀리 여행도 가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하지만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꿔보면, 덕분에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할 수 있고, 덕분에 재택도 가능하고, 덕분에 지치려는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좀 더 세심하게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게으름 범벅인 엉망진창 며칠을 보내고 나니 사그라들었던 의욕이 조금씩 회복된 것 같다. 다시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화 끈이 묶고 싶어 지는 것을 보니 말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기운동을 하고 싶다. 폭식을 하고 다이어트는 다음 기회로 영영 포기하는 것보다 다시 10분 운동이라도 조금씩 시도하는 편이 훨씬 낫다. 언젠가는 도달할 목표이기 때문에 속도를 조금 늦춰도 괜찮다. 영혼이 탈출한 것처럼 지친 하루를 보내도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새로운 한 주도 다시 힘차게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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