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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pr 11. 2022

벚꽃이 흐드러질 때

한국이 유난히 그리운 하루

벚꽃이 예쁘게 피는 4월만 되면 봄내음이 짙어질 한국이 그리워진다. 


일 년 내내 초록 초록한 빛의 싱가포르도 물론 나름 매력 있지만, 그래도 4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모른다.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집 밖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여주셨다. 꽃잎이 하늘하늘하게 떨어지는, 벚꽃비가 내리는 한국의 풍경이 너무 예뻤다. 


한국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바로 봄이랑 가을인 것 같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에 기분 좋은 산뜻한 공기까지, 한국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계절을 느끼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마음 같아서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지금 한국에 가서 봄 날씨를 마음껏 느끼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학교, 직장 등등 일상의 스케줄이 걸려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원래는 이번 달에 한국출장이 예정되어있었는데 일정이 다소 미뤄지게 되었다. 엄마는 한국에 벚꽃이 만발하게 피는 지금, 네가 왔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말씀하셨다. 주말에 동네 근처 산으로 꽃구경 산책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하셨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원하시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닌데, 당장 해외에 있어서 이런 소소한 것도 함께 해드릴 수 없는 것이 참 마음이 아프다.


벚꽃이 내리는 날이면 대학시절 캠퍼스도 생각난다. 벚꽃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시기가 4월인데 딱 중간고사 기간이랑 겹쳤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면 벚꽃비가 내리는 풍경이 예뻐서 그 모습에 심취해 한동안 멍 때리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비로소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았던 봄- 그리고 그 봄 축제의 절정이 바로 벚꽃 피는 무렵이 아닐까 싶다. 선배들은 일명 벚꽃주라고 술 위에 벚꽃잎을 띄워서 주기도 했다. 유난히 캠퍼스가 예뻤던 우리 학교에서는 봄이 되면 벚꽃배경으로 당시 유행이던 디카로 동기들끼리 서로 사진도 찍어주던 그때가 마치 엊그제 처럼 생생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봄 풍경을 직접 보지 못하고, 또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벚꽃은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져버리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못 보는, 타이밍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 같다. 봄의 분위기가 절정일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이 너무나도 그립다. 앞으로도 몇 번의 봄을 이렇게 멀리서 지켜만 보면서 보내게 될까. 내년 봄에는 꼭 엄마와 함께 벚꽃구경을 하러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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