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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n 19. 2022

낮과 밤이 바뀐 일상

시차 적응의 소용돌이

미국 출장을 다녀오고 나니 우려했던 대로 시차적응이 잘 되지 않고 있다.


낮에는 밤처럼 몽롱하고 밤에는 낮처럼 눈이 똘망똘망 떠진다. 출장 기간 동안에 현지에서는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외식할 때마다 짭짤한 음식들을 먹어대느라 살이 쪘고 피곤함이 늘어났다. 엉망진창인 컨디션 속에서 다시 생활 속 루틴 리듬을 찾으려고 새벽에 산책을 다녀오려고 운동화 끈을 묶고 길을 나섰다.


싱가포르는 일 년 내내 더운 여름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미국 텍사스 날씨에 비하면 정말 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막히던, 마치 건식 사우나 같던 40도에 육박하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를 겪어보니, 습하더라도 새벽에 선선한 풀내음을 맡으면서 걸어 다닐 수 있는 날씨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미국도 살다 보면 장단점이 있는 곳이겠지만, 첫인상으로는 어쩐지 기대와는 엇갈렸던 것 같다.


북적이던 미국 국내선 공항에서 엘에이로 향하던 비행기가 4시간 반이나 연착되었을 때 느낀 지루함, 비행기 안에서는 기내식이 떨어져서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느낀 황당함, 호텔에서는 체크아웃 이후에도 아무 금액이나 청구해서 싱가포르로 돌아오고 난 이후 카드 정지를 해야 했던 에피소드들을 줄줄이 겪고 나니, 지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연의 일치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진 겪어보지 못했던 사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업무적으로는 배운 점이나 느낀 점도 많았지만, 만약 장기간 생활하거나 거주한다고 하면 적응이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의 시스템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또다시 제3 국으로의 이민은 앞으로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대에는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이 모험이자 도전이고 설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여행이 아닌 이상, 굳이 새로움을 느끼기보단 익숙한 곳이 더 편하고 좋다. 이런 것도 나이가 든다는 증거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도전>이란 사는 공간이 바뀌었을 때 저절로 생긴다기 보단 지금 있는 이곳, 이 자리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차 적응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서 쓰는 새벽의 주절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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