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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l 05. 2022

엄마의 방문

싱가포르로 오신 엄마

여름휴가를 맞아 엄마가 싱가포르에 방문하셨다.


코로나가 한창일때 엄두를 낼수 없었던 해외방문 규제가 지금은 많이 완화되어서 오실수 있었다. 거의 3년만에 방문하시는거라 반가운 순간이었다. 그동안 살면서 엄마가 싱가포르로 방문하신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거의 10번 넘게 오신것 같은데 이번엔 오랜만에 오시는 거여선지 미리 어딜가야할지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싶은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보고 너무 행복해하시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이 안타깝기도 했다. 한국에서 살았다면 엄마의 흐뭇해하시는 모습을 더 자주볼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서 살아서 일년에 한두번이 최선인 지금의 상황이 엄마한테 미안해진다.


아이들을 데리고 관광지보다는 집 근처 다니기 편한 곳 위주로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늘 가던 집 근처 공원산책, 숨겨진 동네 맛집, 그리고 아이들의 등하교길을 동행하면서 일상 속으로 엄마를 초대한 것처럼 무리하지 않는 일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제일 해보고 싶었던 야외 스냅 가족사진을 찍었다. 멀리 외국에 있는 우리들을 향한 그리움 때문인지 엄마집에는 벽에 액자가 한가득이다. 액자에는 우리와 찍은 사진들이 있는데 아이들의 모습은 전부 오래전 아기 때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엄마가 계실때 이제는 어린이가 되어 애교도 많이 생기고 개구쟁이가 된 아이들과 함께 예쁜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고 싶었다.


4박 5일은 마치 4분 5초 마냥 눈깜짝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했다면 좋았을텐데 영어가 더 편한 아이들이라서 의사소통이 잘 되는 건 아니었다. 한글학교를 다녔던 큰 아이는 엄마에게 아는 단어를 떠듬떠듬 나열하면서 "할머니, 이것은 뭐에요? 할머니 사랑해요"라며 이야기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했다. 언어가 자유롭지 않아도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행복해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좀더 자주 이런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나에게 늘 가고싶은 곳이었는데 이번에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깊어졌다.


엄마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셔야 하는 날, 아이들과 여러번 작별인사를 하시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할머니 보고싶을거라고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뭉클했다. 공항에서 헤어질때의 아쉬움도 여전했다. 아침에 엄마와 함께 걷던 산책로에 혼자 나오니까 마음이 조금 허전해졌다. 앞으로 한국출장이 자주 생길 것 같지만, 출장일정에 아이들과 함께가는 것은 어려울테니 방학기간에 휴가를 써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시기에 한참동안 생이별을 했던 경험때문인지 가능하면 아이들과 외할머니의 만남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엄마 집에 아이들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더 많이 선물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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