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시기에 일어난 일들
폭풍처럼 흘러갔던 지난주.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서였기 때문이다. 비록 몇 개월 간이었지만 함께 고생하면서 열심히 일하던 동료 몇몇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무조건 희망만을 바라보면서 달리는 일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일이었다. 영향을 받은 동료 중에는 아이 셋인 워킹맘이 계셨다. 예전에 함께 점심도 하면서 일하는 엄마로서 공감하며 이야기하던 동료였는데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정리해고 소식을 듣고 본인이 무엇을 잘못한 걸까 돌이켜보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큰 아이가 ADHD 증상을 보이는 등, 아이들이 자주 아파서 엄마로서 챙겨주지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차라리 잘된 거라고 말씀하셨다.
동료와의 이별이란 예전 금융계에 있었을 때에는 수시로 겪어봤던 거라 무디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마주해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새로운 업계였고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하는 시작점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경기불황 앞에서는 구조조정이란 업종을 불문하고 피할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내가 직접 겪지 않더라도 가깝게 일하던 동료가 떠나는 걸 지켜보는 것도 못지않게 마음이 무거운 일이다. 이런 일들은 사고 같은 것이라서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말을 아끼고 묵묵하게 동료의 말을 들어주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비록 이번은 아니라고 하지만 나 역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들 앞에서 과연 어떻게 방향성을 잡는 것이 맞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겪는 너무나 빠른 변화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업종을 바꾸었던 것이 옳았던 선택이었나라고 스스로 반문해보기도 했다. 새로운 업종의 일을 시작하고 나서 잘 모르는 분야이기에 일하는 와중에도 치열하게 업계 공부도 하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시간들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예전에 일했던 금융계 역시 구조조정은 피해 갈 수 없는 것이고, 어느 업종들보다도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매일매일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갖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새로운 곳을 선택하기 전에 이미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고 치열하게 고민했었기에 후회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곳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세계, 새로운 산업에 대해서 배울수 있었기에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인생이란 경험들의 과정이다. 영원히 안정적인 일이란 없다. 선택을 하고 난 후에는 언제가 마지막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 때가 오기 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이 시간들을 보내보려고 한다.
후회 없이, 그리고 미련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