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를 맺는다는 것
어제는 동료의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정이 유난히 많았던 친구여선지 마지막 출근일이라는 말에 모두들 아쉬워했고 앞으로 그녀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사람들은 보통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마지막 인상도 그에 못지않게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홀가분한 표정과 그동안 정든 사람들과 헤어져서 아쉬운 표정이 섞인 그녀를 보면서 나의 예전의 마지막 모습들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유종의 미를 맺는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그 뜨거운 열정을 한결같이 오랫동안 "꾸준히" 유지하는 과정, 그리고 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1년 전에 도전을 시작하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셔서 결국 최근에 책을 출간하신 이웃 라나라나님을 만났다. 따뜻한 위로를 주는, 그래서 읽는 내내 미소가 띄어지고 힐링이 되는 것 같은 라나라나 님의 문체를 좋아했었는데 이번에 <마흔에는 재미있게 살아야지>로 출간되었다. 꾸준함 끝에 결실을 맺으신 라나라나 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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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마무리를 향해 차곡차곡 단단하게 다지는 느낌보다는 그저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는데 급급하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나날들인 거 같다.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번아웃이 온 것 마냥 만사가 귀찮아지기도 한다. 중심이 흔들릴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루틴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단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꾸만 흐트러지고 핑계와 합리화를 가장한 게으름이 야금야금 몰려온다. 일 벌이기 선수이기에 회사일 외에도 벌여놓은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시작만 해두고 마무리를 못한 것들이 많아서 마음 한편이 무겁다.
이럴때 일수록 다시 해도 괜찮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것이 필요하다. 여태 이것밖에 못했냐고 다짜고짜 몰아세우기보다는 조금 쉬어가도 괜찮다고, 많이 지쳤을때는 일단 회복한 이후에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코로나 시절에 충분히 겪었다. 빨리 가는 것 보다는 느리더라도 나만의 페이스를 찾는 것이 지치지 않고 마무리를 할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벌써 8월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꾸준함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해나가는 하반기를 보내고 싶다. 시작만 거창하고 끝이 미미하기보다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 같다. 그러려면 일단 그동안 나태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체력 회복부터 해야겠다. 급한 욕심내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온 것을 잘 매듭짓고 마무리하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나씩 천천히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