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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Nov 22. 2022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

완벽하지 않은 일상 

"당장 내일 비행기표를 사서 가야 할 것 같아요."


집안일을 도와주는 헬퍼 언니가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눈물을 보이면서 얼른 미얀마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사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본국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클텐데,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들려온 안 좋은 소식에 많이 놀라기도 하고 심적으로 우울할 것 같았다.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 게 맞겠지만 동시에 워킹맘으로서 아이들의 스케줄과 함께 당장 이번 주에 닥친 출장 일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란 생각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일부터 헬퍼가 없으면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문제의 해결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출장 일정을 포기할까란 생각도 했지만 시어머님의 배려 덕분에 이번 주는 예정대로 출장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챙기는 데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마음이 편치는 않다. 


결국 다음날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공항까지 헬퍼를 바래다주었다. 당분간은 아버지 곁에 있고 싶다는 그녀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앞으로 새로운 사람을 구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다 보니 회사에 돌아와서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온갖 경우의 수들을 한꺼번에 생각해내느라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모든 집안일을 한꺼번에 다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선순위가 높은 중요한 일들을 추려내서 당장 이번 주 일정을 짜 보기로 했다. 다행히 큰 아이는 학교가 방학 중이라 픽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하면서 집안일 그리고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것이 얼마나 힘에 부치는 일인지 지난번 경험을 토대로 잘 알고 있었기에 긴장이 되었다. 


출장 일정 동안에 스케줄을 빈틈없이 잘 짜두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다 보니 대안책을 생각해내는 과정들이 쉽진 않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인생이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자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다행히도 가족들이 도움을 주시기로 했고, 이 시간 또한 어떻게든 지나가게 될 것이니까 너무 완벽하게 모든 집안일을 챙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헐렁하게 지내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완벽히 계획대로 흘러가는 삶이란 없으니까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랐을 헬퍼 언니도 부디 본국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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