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비워내기
새해 결심을 하고 나니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 것 같다.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비법이 또 없을까 하고 두리번대니 알고리즘이 귀신같이 다이어트 식품 관련 광고들을 인스타에 띄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클릭하려고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정답을 잘 알고 있다. 다이어트는 뭔가를 먹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안"먹어야지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한두번 당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흔들리는 의지력을 잠재우기 위해 부엌 찬장으로 향했다.
부엌에는 이미 다이어트에 효과가 보장된다고 광고했던 각종 영양제와 셰이크가 한가득 쌓여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도 상당하고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는 물건들을 보니 돈낭비였구나란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리 다이어트에 좋다고 광고하는 식품들이라고 해도 어차피 사고 나면 또 이렇게 방치되는 신세가 될 것 같다.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충동적으로 산 책들과 화장품들 그리고 옷들도 사방 천지이다. 이사를 곧 가야 하는데 이 짐들을 언제 다 처리할까란 생각에 머리가 아파온다. 간헐적 단식처럼 물건들도 간헐적 비워내기가 주기적으로 필요한데 일하느라 육아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물건들이 한가득 쌓여간다.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은 많지만 채우는 것 못지않게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긴 버킷리스트들을 보면서 하고싶은 일들은 참 많은데, 쓸데없는 돈낭비로 이어지는 소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오늘까지는 새해 공휴일이니까 주어진 하루의 시간 동안 묵은 물건들,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고 나누고 비우는 데 집중해야겠다. 마음이 복잡할 때 몰두하는 것으로 청소하기 만큼 좋은 방법도 없으니까. 제일 골머리가 아픈 게 바로 흘러넘치는 책들이다. 한두 권씩 한국에 갈 때마다 사모은 것이 어느샌가 책장을 가득 채우다 못해 책상상 위에까지 널부러져 있다. 얼른 읽고 나서 비워내기를 실천해야겠다.
아이들의 방안 역시 장난감들로 어수선하다. 아이들이 작아진 옷들, 더 이상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을 처리해야 한다. 쓰고 나니 오늘 하루 안에 과연 다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어마어마한 물건들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청소해 봐야겠다. 이사에 임박해서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아마 훨씬 더 힘들테니까 지금부터 조금씩 비워내야겠다. 이렇게 비워내고 나면 새해를 맞이하여 또 다른 새로운 일들, 신선한 에너지들이 들어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