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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an 08. 2023

잘 하지 않아도, 그냥 해도 괜찮아

번아웃이 또 왔다 

나의 글쓰기 폴더 중에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못하는 비공개 낙서장 폴더가 있다.


바로 <나만의 도전>이라는 이름의 폴더인데 매번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이루고 싶은 모습을 구체적으로 담아두고 적어둔다. 원래 그런 목표들일수록 몽땅 공개하고 선언해야지만 이룰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고 하지만, 그 정도의 배짱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시기상조인 목표들이 많아서 그냥 조용히 혼자 끄적거리는 낙서장 같은 곳이다. 새해가 된 만큼 원래는 낙서장이 꽉 차도록 참 많은 모습들을 잔뜩 적어두었다. 그런데 아직 2023년의 일주일만 겨우 지났을 뿐인데 의욕이 살아나지 않는다. 


어쩐지 희망보다는 혼란의 연속인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정해진 계획대로 비전을 갖고 루틴을 따르던 예전과는 다르게 올해 특히 여러 가지 변화들이 올 것 같다. 그리고 많은 변화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일들이 예상된다. 언제 어떻게 무엇이 바뀔지 모호함 투성이인 상황들로 인해 불안감이 자꾸만 엄습해 온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반복해서 귓가를 속삭이는 의문이 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어지러운 가운데, 과자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드라마를 멍 때리고 보는 저녁을 보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니 허무함이 몰려왔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군것질로 배를 채우려고 했지만 더부룩해서 소화가 안되고,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시간낭비를 했단 생각에 마음속 깊이 후회가 몰려왔다. 


도전이란 키워드가 불안과 의욕제로가 뒤섞인 상황에서는 흐릿해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갑갑하던 지난날에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걷기 운동을 했는데 오히려 요즘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그냥 막 시간을 흘려보내다니, 마치 하루종일 수도꼭지에 물을 콸콸 틀어놓고 깜빡하고 외출해버린 듯, 아까운 느낌이 든다. 무기력한 번아웃이 오긴 왔나 보다. 


왜 이렇게 불안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래의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하고 있어서인 듯하다. 사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라는 여유를 찾기가 힘들다. 잔뜩 긴장한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높은 기대치를 대면서, 그것도 못하냐고 구박하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다 해내기 어려운데, 나는 슈퍼우먼이 아닌데 모든 역할을 다 끝까지 잘해내고 싶은 책임감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려서 그냥 주저앉고 싶은 느낌이 든다. 굳이 잘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대충 50%만 해도 충분하다는 여유와 너그러움을 되찾고 싶다. 그래야지만 바닥을 기고 있는 나의 의욕을 조금씩 달래면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해파리처럼 흐물흐물 거리는 나의 의지력도 마찬가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당연히 할 수 있지."라는 마침표로 돌리고 싶은데 바닥을 보이고 있는 나의 의욕 상황으로 인해 다른 문장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스스로를 토닥토닥해주면서...


"굳이 안 해도 상관없어. 이미 충분히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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