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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an 09. 2023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한 것

작은 것에서 발견하는 감동

퇴근길에 장을 보고 와서 부엌에서 저녁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예전에 셋방살이하던 시절에는 집주인의 눈치를 보느라 냉장고도 제대로 못쓰고, 부엌을 한 번이라도 마음 편히 써봤으면 했었다. 당시 나의 저녁식사는 항상 즉석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 혹은 가끔 라면이 지겨울 때면 햇반에 김, 고추장처럼 마른반찬이 전부였다. 


허겁지겁 먹느라 식사시간은 5분 남짓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나마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라도 향수병을 달랠 수 있는 게 어딘가라고 생각하면서. 그 당시에 한국식품점도 지금처럼 흔하게 보기 힘들었고, 일부러 시내에 나가서 있는 한국슈퍼에서 먹고 싶은 것들을 추리면서 한국보다 비싸니까 가격도 신경 쓰고 한참 고민하면서 골랐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넓은 부엌을 혼자서 마음대로 쓸 수도 있고, 한국 식품점도 동네 주변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고, 그리고 냉장고에도 내가 좋아하는 김치도 냄새걱정 없이 넣어 둘 수 있고, 옛날에 비하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 걸까.


엊그제는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IKEA에 다녀왔다. 곧 이사를 갈 거니까 인테리어 구상 겸 간 것이었는데,  싱가포르 초창기 시절이 생각났다. 룸렌트를 구하고 나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바로 이케아였기 때문이다. 저렴하고 조립이 쉬운 작은 가구들, 침대 시트, 간단한 컵과 같은 물건들이었다. 이케아를 방문하면 2층에 쇼룸을 꾸며둔 곳이 있는데 지나칠 때마다 아기자기 꾸며둔 공간을 둘러보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곳에서 지낼 수 있을까란 상상을 하곤 했다. 벽에 못도 박을수 없고, 맨날 남이 쓰던 중고가구들이 아니라, 새 집에 내 가구들을 새것으로 모두 장만하고 내 취향이 묻어난 인테리어까지 고민해볼 수 있을,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싶었다. 


그런데 이제 막상 새 집을 꾸밀 순간이 오고 나니,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진 가구들 사이에서 무덤덤해져 버렸다. 당시의 나는 작은 것에도 쉽게 감동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엔 감정이 조금 무디어져서일까, 무덤덤하게 그러려니 하고, 그러다가 상황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면, 바로 지치고 주저앉게 된다. 번아웃에서 회복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일부러 감사일기 쓰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당연한 일을 억지로 쥐어짜서 쓰는 건가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처럼 의욕이 희미해질 때 효과 있는 방법이 바로 나의 오늘 하루에서 감사한 일을, 아주 사소한 것 한 가지라도 발견하는 것이다. 분명 예전의 나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게 여길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역시 감사한 점이 많은 하루였다. 


새벽에 아이들을 학교에 손잡고 등교해 줄 수 있어서, 

일터에 무사히 출근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어서, 

폭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손수 저녁을 만들어서 먹을 수 있어서,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어서 참 감사한 하루다. 


아주 작은 사소한 일상 찰나의 순간들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무미건조한 마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감사하는 습관을 다시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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