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용기
출장 일정이 다가온다.
한국 그리고 일본을 연달아 가야 하기에 바쁜 일정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내가 없는 동안 해야 할 아이들 학교 등교와 픽업 스케줄도 조정해 놓고,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번 출장은 내가 그동안 공들여서 준비해 온 발표를 하는 자리라 더욱 긴장이 된다. 연단에 서지도 않았는데 준비하는 단계부터 많은 부담이 느껴진다. 벌써 며칠째 프레젠테이션 덱을 뜯어고치고 뒤엎고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하다 오늘에서야 겨우 주최 측에 드래프트를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기회가 점점 잦아지면서, 내가 과연 이런 자리에 설 만할 사람인 걸까 매번 생각한다. 아직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완벽하게 극복한 건 아니다. 그냥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면 되는데, 내 안에는 항상 매서운 비판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브레네 브라운의 영상을 봤는데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나를 대중 앞에 드러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길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uCHEt8DwjE
취약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내가 완벽해지고 취약성을 다 극복하고 난 이후에야 경기장에 들어서려고 하면 결국 시작조차 못할 것이란 것. 오히려 취약함이야말로 사실 사람들과 연결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연결점이라고 한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겠어라고 내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나의 약함과 부족함때문에 뒤로 물러서지 말라고, 결국 나를 평가하고 조롱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며,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새벽잠과 맞바꾼 채 끙끙대면서 써 내려간 나의 드래프트가 과연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브레네 브라운이 얘기했듯이 "용기"를 잃지 말아야겠다. 나의 취약함을 굳이 감추려고, 있어 보이는 척하기보단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에 자신감을 갖고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렇게까지 긴장되는 걸 보니, 그만큼 실수 없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초청되어서 사람들 앞에서 서볼 수 있을지 주어진 모든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