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마음가짐
노동절 연휴, 오랜만에 맞이하는 여유로운 아침 시간에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해 보았다. 한동안 운동은 커녕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없었던 터라, 딱 10분만 걷고 오자라는 생각으로 운동화를 신고 내려갔다. 때마침 아무도 없었던 헬스장이었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느릿느릿 천천히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10분이 어느덧 훌쩍 흘러버렸다. '5월의 시작을 상쾌하게 할 수 있어서 너무 기특한데?' 아주 작은 목표지만 게으름과 귀차니즘을 떨쳐내고 딱 10분 걷기에 성공한 나 자신에게 폭풍칭찬을 했다. 오랜만에 한 운동이었지만 허리가 뻐근해져 옴을 느꼈고, 체력관리에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걷기 운동으로 시작한 아침 덕분에 조금씩 의욕이 살아나는 듯해서 한동안 묵혀두고 보지 못했던 책도 읽었다. 단 몇 페이지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장 두 장 읽다 보니 30분 만에 어느새 한 챕터를 다 읽어내게 되었다. 번아웃증상 때문에 한동안 모든 루틴을 내려놓고 일이 오는 대로 쳐내기에 바쁜 생활을 하다가 나를 위한 미타임의 시간을 보내니까 비록 짧은 10분, 30분의 시간이었지만 코어가 단단히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셀프케어란 이렇게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동안 해왔던 나의 활동들을 돌이켜보았다. 이제까지 대외 연사로 참여한 이벤트들을 죽 나열해 보니 벌써 10개를 훌쩍 넘겼다. 솔직히 매번 발표가 있을 때마다 부담되고 힘들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대에 서는 순간에 비해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은 몇 배나 더 길었다. 전문가라고 하기엔 아직 한없이 부족하단 생각에 꾸역꾸역 채워가야 하는 시간은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가득했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한 두줄의 경력이 한 단락으로 쌓이게 되었다. 그 사이에 발표를 더 잘하기 위해 준비했던 시험도 얼마 전 중간 테스트에 합격했다. 아직 파이널을 보려면 또 몇 달간 더 고생해야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성장을 위한 근육을 채우다 보면 돌이켜 봤을 때 뿌듯할 것 같다. 중간에 그냥 포기할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중간 테스트를 보았을 때 실습으로 선생님과 1:1 롤플레이를 했다. 시험을 마친 후 선생님은 나에게 메타버스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언제 한번 따로 만나서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덧붙여서 나의 흔치 않은 커리어 트랙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말씀하셨다. 같은 상황이지만 어느 시선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어떤 사람에 따라선 굳이 사서 고생하는 미련하고 어려운 길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멋있는 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불안한 마켓 상황,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해서 쭈구리 모드로 주눅 들기도 하지만,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셀프케어,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인 것 같다. 특히 이때 주변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격려와 응원이 중요하다. 그동안의 나의 커리어 여정은 뻔한 결말이라기보단 예측불허라서 불안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서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한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넥스트 스텝을 생각할 때,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준생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나의 기준은 남들이 잘 안 하는 분야, 그래서 내가 전문가로서 포지셔닝할 수 있는,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포지션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았던 싱가포르 해외취업에 도전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도 주변의 말보다는 내 안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던 성숙하고 단단한 상태였던 것 같다. 번아웃의 먹구름에서 조금씩 벗어나오려고 노력하는 요즘, 스스로에게 하는 격려를 통해 나만의 루틴을 하나씩 회복하면서 슬기롭게 나의 넥스트를 준비할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다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