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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n 19. 2020

한국에 가면 제일 먹고 싶은 것

엄마의 사랑이 담긴 김치찌개

우리 딸, 한국 오면 엄마가 뭐해줄까?

오랜만에 귀국한 딸에게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 하는 엄마가 항상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15년 차 해외생활을 하면서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한국을 방문한다. 

예전에는 좀 더 자주 방문했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난 이후엔 한국에 갈 일이 더욱 줄어들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방문한 외노자였을 때나, 아이 엄마가 된 지금이나 

여전히 변함없이 한국의 편안한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내가 가장 먹고 싶은 건 한결같이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이다.


엄마는 김치찌개 말고, 다른 더 비싸고 좋은 것을 해주시고 싶어 하셨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나의 입맛에는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고 그리운 음식이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 아침 나는 엄마가 끓이는 김치찌개 냄새에 잠을 깨곤 했다.

엄마는 항상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해주셨다. 

푹 익은 시큼한 김치에 고소한 참치가 함께 묘하게 어우러지는 맛은 

이상하게 다른 곳에서 똑같은 참치 김치찌개를 주문해도

엄마가 해준 것만큼의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내가 아무리 똑같은 레시피로 따라 해보려고 해도, 

이상하게도 엄마가 해준 맛이 절대로 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 시험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취업 준비하면서 면접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리고 해외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한국에 있는 친정집으로 갈 때,

엄마가 해주신 따뜻한 김치찌개 한 그릇에 

마치 누군가가 토닥이고 안아주는 것 같은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던 기억이 난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내가 제일 먹고 싶었던 것도 역시

엄마가 해주신 김치찌개였는데, 외국에 있어서 먹을 수 없던 것이 안타까웠다.

산후조리를 도와주시러 직접 싱가포르로 오신 엄마가 미역국을 끓여주셨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미역국보다 김치찌개가 더 먹고 싶었고,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김치로 직접 끓여주신 김치찌개를 먹고 나서야 비로소 행복해졌다.


엄마가 담근 김치는 시중에서 파는 김치와 너무 다르다.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마트에서 김치를 판매하지만, 전혀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 갈 때마다 나의 가방의 절반은 꼭 김치가 차지한다.

엄마가 해준 김치를 혹시라도 김치 국물이 새지 않게 여러 번 랩으로 싸서

싱가포르에 가져오고 나면, 김치가 마치 "금치"라고 부를 만큼 

한 포기가 소중하고, 없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아껴먹게 된다.


해외에서 직장 생활하면서 많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가끔 타향살이에 지칠 때마다 떠오르는 

나의 집, 가족,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휴가 때면 한국에 잠시 방문할 때의 행복감을 엄마가 해주신 김치찌개에서 느끼곤 한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내가 해주는 음식을 

내가 엄마의 김치찌개를 생각하듯 그리워해 줄 그런 날이 올까

오늘따라 엄마의 따뜻한 김치찌개가 주는 편안함이 그립다.



배경 이미지 출처: @ koreanbaps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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