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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n 22. 2020

까막눈이 된 엄마

5살 우리 아이의 중국어 공부

벌써 줌 강의시간이다, 얼른 와서 수업 듣자.


매주 일요일은 첫째 아이의 중국어 학원 시간이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수업을 하는데

이제 락다운의 단계적 완화에 따라 7월부터는 학원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은 줌 강의 수업 전에 참여확인을 위해 중국어로 문자를 보내주신다.

선생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의미를 파악하는데

오프라인 수업에서 선생님을 만나 실제 회화를 하려고 하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난감하다. 

눈치보다가 조금 아는 단어가 나오면 선생님을 바라보며 뚜에이...씨에씨에...만 반복할뿐-_-


집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아이가 보는 중국어 교재를 보고 있노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한어병음이라도 표기되어있으면 읽기라도 할 텐데

한자만 나와있어서 까막눈이 된 느낌이다.

나는 싱가포르 초창기 시절, 중국어 학원에 2년 정도 다녀서 그래도 나름 기본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가 몇 개월 다닌 교재 내용이 그동안 내가 배운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냥 막연히 중국어 하면 싱가포르 생활할 때 도움되겠지라고 생각해왔던 지난 날보다

지금은 바로 발등에 불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라 오히려 내가 중국어 사교육이 필요하단 느낌이 든다.


평일에는 유치원이 종일반 수업을 하기에 

일부러 주말인 일요일에 중국어 학원을 보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언어만큼은 이른 나이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서 보내기 시작했는데

나는 주변의 다른 싱가포르 학부모 지인들에 비해 1년 늦게 보냈다. 

다들 N1 (만 3살)부터는 중국어학원에 보낸다고 한다.


중국어는 싱가포르 로컬 초등학교에서 정말 중요한 과목이다.

마치 수포자 (수학 포기)들이 있는 것처럼 중국어 포기한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어를 포기하면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싱가포르 학부모들도 중국어 교육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


싱가포르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정말 열성적이다.

내가 사는 동네 주변의 쇼핑몰을 보면

주말에 특히 사람들이 붐비는데, 바로 쇼핑몰 내에 있는 수많은 학원들로 향하는 아이들,

그리고 학원들을 데려다주고 대기하는 학부모들로 주말에 차가 막힌다.


얼마 전 한국에서 방영한 교육을 주제로 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며

공감한다고 하던 싱가포리언 동료가 있었다. 

유치원부터 이런데 앞으로 초등학교에 가면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예전에 싱글이었을 때는 그렇게 많은 학원 종류가 있는지 몰랐다.

아이 엄마가 되어보니 다양한 수업들을 제공하는 학원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영어, 수학, 스피치, 중국어, 드라마, 체조, 발레, 태권도, 과학, 음악, 미술, 리딩 등등

요즘엔 로보틱, 코딩 수업도 있던데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나는 학창시절, 사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 흔한 과외나 학원을 한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

공부는 자기주도학습으로 해야지, 외부에서 억지로 시키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학원을 뭐하러 보내나, 유난스러운 학부모가 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고 많은 것에 노출을 받는 다른 아이들을 보면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키울 수 있는 재능이 있는데

나의 무관심 내지는 그냥 막연하게 방치해서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어 수업을 함께 듣는 아이들의 중국어를 보면

부모님들이 둘 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경우엔 확실히 아이들이 빠르고 유창하다.

엄마는 왜 중국어를 못해?라고 물어보는 아이의 표정을 볼 때면

엄마는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어를 더 잘해라고 태연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중국어 공부를 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 엄마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아이가 공부하는 학원 교재로 

엄마인 나도 함께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도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중국어를 통해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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