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당신의 땀이 아니라 '근육'을 본다

EP 08

by 김윤진

지난 화에서 우리는 야생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커리어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말에 자극받아 많은 분들이 이런 다짐을 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이제부터 정말 열심히 해서 내 경쟁력을 키워야지.”

다짐 자체는 자연스럽고, 어쩌면 아주 성실한 반응입니다. 다만, 의욕이 앞설 때, 우리는 종종 헬스장에서 무거운 기구부터 집어 들곤 합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운동을 마친 뒤에는 온몸이 뻐근해집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운동 제대로 한 것 같아.”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돌아보면, 그 운동이 정말 필요한 근육을 쓰고 있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자세가 흐트러진 채 반복만 쌓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혹은 힘은 많이 썼지만 정작 핵심 근육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말입니다.


우리의 커리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퇴근길, 녹초가 된 몸을 이끌며 느끼는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충만함. 과연 이 피로감은, 나의 성장을 증명하는 실력이 될 수 있을까요?


노력의 양(Quantity) vs 역량의 질(Quality)

많은 직장인이 연말 평가나 이직을 앞두고 비슷한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리를 지켰는데…”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다 해왔는데…”

분명 열심히 일해왔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막상 시장의 평가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기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개인이 바라보는 기준과 시장이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계산기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애썼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피로와 몰입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내 실력’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Input 중심)

시장의 계산기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 이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봅니다. 말이나 의도보다, 결과로 드러난 실력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Ouput 중심)

이 차이는 누군가의 태도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서로 다른 기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생깁니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시장은 당신이 흘린 땀의 과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그 땀이 남긴 결과, 즉 재현 가능한 근육이 붙었는지를 봅니다. "열심히 했다"는 말은 나의 일기장에서는 감동적인 스토리일지 몰라도, 커리어 시장에서는 검증 불가한 감상문에 가깝습니다.


생존을 위한 제1조건: 메타인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시장의 생리를 알면서도 왜 자꾸 나의 노력과 감정, 즉 느낌에 기대게 될까요?

몰라서가 아닙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숫자나 결과로 나를 바라보는 일은 내가 애써온 과정까지 한 번에 정리해 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과정도 중요해", "나는 나름대로 진정성 있게 해왔어"

이 말들은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불편한 질문을 잠시 미뤄두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관찰자의 시선이 필요한 이유

하지만 프로는 ‘느낌’만으로 훈련하지 않습니다. 영상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다시 보고, 훈련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차분히 점검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메타인지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는 힘입니다.

경기장 안에서 “오늘 정말 최선을 다했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자아와 거리를 두고, 관중석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네”라고 사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갖는 일입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도 흐릿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막연한 열심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정확한 자기 객관화입니다.


관찰자의 눈으로 무엇을 볼 것인가

관중석에 앉아 나를 내려다본다면,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요?

“열심히 하고 있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움직임이 실제로 골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 질문이 바로 막연한 감을 걷어내고,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커리어 근육, 커리어핏(CareerFit)으로 시선을 옮기게 만듭니다. 커리어핏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직급이나 연차가 아니라, 행동 역량입니다.

진짜 실력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보다, 현장에서 반복해서 드러나는 행동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현재를 점검해볼 3가지 질문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현재 실제로 하고 있는 행동을 기준으로 한 번 점검해보세요.

1. 독립성

구체적인 지시나 도움이 없으면 업무가 멈추는 편인가요?
아니면 도움 없이도 혼자서 끝까지 완결해본 경험이 있나요?

누군가의 가이드가 있어야만 움직인다면 아직은 함께 일하는 구조 안에 머물러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조직 안에서부터 스스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야, 조직 밖에서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2. 문제 해결력

변수가 생겼을 때, 낯선 상황에서도 상황을 정리하고 성과로 연결해본 경험이 있나요?

시키는 일, 해본 일만 잘하는 것은 경험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스스로 정리하고 풀어낼 때 역량은 한 단계 확장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커리어는 어느 순간 과거 경험의 재방송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3. 영향력

성과가 나에게만 머무르고 있지는 않나요?

나 혼자 잘해서 내는 성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방식이 누군가에게 전파되고, 팀이나 조직의 기준으로 남기 시작할 때
시장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당신을 보기 시작합니다.


위 질문들 앞에서 조금 망설여지거나,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부족함이라기보다 앞으로 더 단련해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막연한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영점 조절'

이제 그만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위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려 합니다.

우리가 나의 정확한 현재를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나를 비난하거나 자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커리어 자산—행동 역량(B), 시장 기술(S), 환경(E)—이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영점을 조금씩 조정하기 위함입니다.


막연한 불안은 대부분 모르는 상태, 좀 더 날 것의 표현으로는 '무지'에서 옵니다.

반대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충분한지를 알게되는 순간, 불안은 다룰 수 있는 과제로 바뀝니다.

내가 가진 행동 역량(B)이 시장에서 통하는지,

나의 시장 기술(S)이 낡지는 않았는지,

내가 서 있는 환경(E)이 나를 성장시키는지 말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시장 기술(S)과 환경(E)까지 포함하여, 내 커리어의 균형이 어디서 흔들리고 있는지를 [CareerFit 진단]을 통해 하나씩 살펴보려 합니다.

용기 내어, 당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할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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