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시리즈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두려움 가운데 인생을 살아간다. 노만 빈센트 필 박사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조사해 보니 40%는 과거에 대한 두려움이고 50%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것이고, 10%만이 현재적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라고 말했다. 즉, 90%는 이미 지나갔거나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행운의 편지'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일정한 내용의 편지를 여러 명에게 보내어 행운을 불러오는 전래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발송 후에는 불행을 강요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가 돌아오기도 했다. 실제 무차별적으로 발송된 행운의 편지가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불행을 막아주는 것이 아님에도 발생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덜어낼 수 없어 시간과 돈을 들여 다른 사람에게 또 이 편지를 보냈던 것이 아닐까.
최근 몇 년 사이 대학가 축제 기간 내 지문, 사주, 타로 등 점술 부스가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취업 탓에 운(運)에라도 기대보고 싶은 구직자의 두려움, 불안함의 집단적 표출이자 불안 사회의 방증이다. 과거 극심한 취업난이 만들어낸 웃픈 현실로 '취업 성형'이라는 말이 만들어져 입꼬리를 올린다든가, 성대 근육을 마비시켜 목소리를 바꾸는 '목소리 성형', 취업운을 좋게 해 준다는 '손금을 성형'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후 나를 잘 모르니, 스스로를 어떤 기준에 의해 분류하여 나를 설명받고 싶은 욕구에 기인한 MBTI로 자신의 성격 유형에 맞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취업운세'로 화룡점정을 찍고 있다.
사람들이 다 자기에 대한 불안이 있고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하는 그 욕망은 본능적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점괘 적중률과 관계없이 막막한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 이들의 '심리적 탈출구'이며 긍정적인 점괘를 통해 위로받고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점괘를 맹목적 수용 또는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선택하는 게 옳다는 주장도 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행복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 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복이란 유전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행복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여러 행동과 태도를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 기세가 3할이라는 뜻이다. 다만 모든 일이 단순히 운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므로 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어진 운을 잡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도 강조하는 말이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은 운칠기삼(運七基三)에서 기를 재주 기(技)가 아닌 터 기(基)를 써서 누구에게나 기회, 운은 오지만 기본기가 부족하면 잡을 수 없게 되기에 한없이 겸손하고 부지런히 노력해야 함을 그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강조한 것처럼.
나는 NBA에서 9000개가 넘는 슛을 놓쳤다. 또 경기에서 패한 것도 300번이
넘는다. (슛을 넣으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버저비터 찬스에서도 26번 팀원들의 믿음을 저버렸다. 나는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다.
-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
애플에서 해고된 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 말했던 스티브 잡스, 디즈니에서 그림을 못 그린다는 이유로 쫓겨난 후 세계적인 개성파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팀 버튼처럼 우리는 누구나 큰 행운으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쓰고 싶어 한다. 버저비터(Buzzer Beater)란 농구에서 마지막 버저와 함께 터지는 극적인 골, 역전의 기회라는 선물을 말한다. 마지막 1초까지 놓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최선의 노력이 있으면 된다.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오는 행운이 결코 아니다. 준비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 마음이 꺾이지 않는 것을 갈망한다. 그리고 꺾였을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과 열의를 갖고 애썼음에도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좌절에서 다시 열심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보다 더 중요한 중꺾그마(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란 말이 있다. 어쩌면 꺾임의 절망보다 꺾일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가 더 어렵다. 그때 포기가 아닌 조금은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의 대사 중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한동안 회자 되었던 적이 있었다. "유연함을 갖춘 인재란 회사가 월급을 적게 줘도 회사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뜻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춘 인재란 회사가 월급을 적게 줘도 참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뜻이며, 자유로운 창의력을 갖춘 인재란 회사가 월급을 적게 줘도 야근까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는 뜻이다."는 K직장인의 비애를 담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원영적 사고'와 뭐든 짧게 와 시간적 효율을 중시하는 숏확행과 롱확행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작년 아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원영 인 스페인' 브이로그 영상에서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스페인 현지의 한 빵집을 찾았다. 앞사람이 장원영이 사려던 빵을 다 사간 탓에 조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에서 장원영은 "앞사람이 제가 사려는 빵을 다 사 가서 너무 러키 하게(운 좋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처럼 기다림을 불평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초긍정 화법이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에서 '숏확행과 롱확행'이 라는 새롭게 뜨기 시작했다. 숏확행이란 짧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의미로 틱톡 ·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10초가량 짧은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생긴 신조어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롱확행은 길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독서와 스포츠처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할 수 있는 문화적 활동이다.
도대체 왜 (취업이) 안될까, 궁금해서요.
제 운세에 취업운은 아예 빠져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세상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한다. 당장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좇다 보면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미래의 어느 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과거에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일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누구에게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왔다 사라지는 운이지만, 평소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만이 그 운을 기회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기회를 보는 안목과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잡아야 한다.
"자신에게 실망할 것도 없고 놀라거나 새로울 것도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부족한 건 부족한 대로 좋은 점은 좋은 대로... 난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가수 아이유의 말이다. 어쩌면 오늘의 글에서 제일 공감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