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핸드폰 좀 그만봐

사업개발 직군의 직업병

by 커리어걸즈

사업개발 업무 범위에는 다양한 업무들이 있다. 영업, 운영, 사업 기획 등.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성심성의껏 공들여서 하는 업무가 있다면 바로 영업 업무다. 영업은 비즈니스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업무의 주도권이 고객사에 맞춰져 있고, 나의 일정보다는 고객의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다들 기피하는 업무라 그런지, 잘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운영 업무에 비해 몇 배나 크게 다가왔다. 나는 첫 회사에서 3년 연속 제일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사업개발 매니저였다. 당시에는 세일즈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할 땐 잠시 ‘세일즈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고 일했다. 매일 반복되는 콜드콜과 콜드메일 사이에서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거래가 성사되는 날이면 또 신나게 일할 수 있었다.


현재의 회사로 이직한 후, 여기서도 내 업무의 70% 이상이 세일즈다. 세일즈에서 고객이 내 전화를 안 받는 건 당연하지만, 내가 고객의 전화를 받지 않는 건 당연하지 않다. 고객의 휴가는 존중해주지만, 내 휴가 때 고객사의 이슈가 생긴다면 당연히 두 팔 걷고 나서야만 한다. 3년 10개월간의 사업개발과 세일즈 커리어 끝에 얻은 나의 직업병은 ‘핸드폰 중독’이다.


휴가를 가도 늘 가방에 노트북을 챙겨 넣었고, 벽돌 같은 보조 배터리를 챙겨 다니며, 1시간에 한 번씩 메신저와 메일을 확인했다. 휴가라고 고객사의 전화를 거절하는 법도 없다. 휴가가 아닌 척하면서 고객의 CS를 응대해 주기도 한다. 이런 나를 보며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은 늘 말한다. “지우야 핸드폰 좀 그만 봐. 너 없다고 회사 안 망해.”


‘무엇이 나를 이런 핸드폰 중독에 빠뜨렸나’라는 생각을 한 적 있다. 돌이켜 보면 그건 무조건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나의 업무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열심히 해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는 욕심. 고객이 만족해 나를 또 찾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그 성과들을 인정받아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커리어 욕심이 만들어낸 나만의 직업병이었던 셈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핸드폰을 확인하는 삶은 꽤 어지럽다. 핸드폰에는 고객사의 연락부터 개인적인 연락, SNS 알람까지 무수한 알람들이 나를 자극한다. 때론 내 머릿속 생각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고 느끼기도 한다. 장기전이 될 커리어 세계에서 이건 옳지 않다. 고객을 생각하지만,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업무와 나 사이의 경계를 세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휴대폰을 내려놓는 건 단순히 일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장기적으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준비다. 고객이 나를 다시 찾게 만드는 건 단순한 ‘빠른 응답’이 아니라, 충분히 충전된 나에게서 나오는 여유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다. 이제는 쉬는 날이면 핸드폰을 놓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업개발 매니저가 되고 싶다. 그래야 더 오래, 더 멀리, 더 즐겁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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