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학은 흔히 종합응용과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부동산학에는 금융, 재무, 회계 지식부터 시작하여 법, 건축, 마케팅 등의 폭넓은 학문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문적 특징은 해당 학문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부동산업계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경제학, 경영학, 건축공학과는 물론이고, 심리학, 정치외교학과 졸업생까지 정말 다양한 학부 출신의 사람들이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업에 관심이 있는 이상, 업계에 진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어려운 것이 있다면, 부동산업의 다양한 분야 중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정하는 것이다.
부동산업은 내가 현재 몸담은 개발 분야 외에도, 금융 분야(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컨설팅 분야(중개, 회계, 감정평가, 컨설팅 전문), 마케팅 분야(광고, 분양대행), 건물관리 분야(PM(Property Management, 부동산 자산관리), FM(Facility Management, 부동산 시설관리)) 등과 같은 다양한 영역의 업계가 존재한다. 개발업도 내가 근무하는 전문시행사뿐만 아니라 시공사, 신탁사, 기관투자자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각각의 분야는 장단점이 있으며, 같은 개발 분야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성격에 따라 개발의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부동산업을 찾는 것이 아마 가장 고민될 것으로 생각된다.
‘부딪쳐라.’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이다. 부동산 업계는 이너서클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고, 추천 채용이 많다. 따라서 외부에서 업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떤 분야가 되었든, 부동산업에 뛰어들고 부딪쳐봐라.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타 분야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상당히 많다. 타 분야 사람들과 사적인 자리를 가지면서 그 분야에 대해 간접적으로 파악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접 일해보고, 간접적으로 타 분야에 대해 경험해 보면서 본인이 부동산업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는 점차 뚜렷해질 것이다.
나는 우연한 계기로 부동산업계 중 개발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 업무가 현재로선 나에게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타 분야 사람들과 자리를 가지면서 다음 커리어를 고민하기도 한다. 지금 하는 이 일이 정말 나에게 잘 맞는 일인지, 내가 더 잘하고 재밌어하는 일이 없는지 반복적으로 성찰한다. 나는 그 성찰의 방향성으로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중점적으로 바라본다. 나는 세심하기보다는 터프한 편이며, 차분함보다는 사고 치고 빨리 수습하는 편이다. 이런 특성은 꼼꼼함이 필요한 부동산 금융 분야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했다.
내향형의 독자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회사 외부 사람을 어떻게 사적으로 만나지? 대부분 일만 하고 헤어지는 사이 아닌가?’ 사실, 나부터도 MBTI 검사 결과 I 성향이 80% 이상인 극 내향형의 사람이다. 낯을 많이 가려 협력업체 직원에게 사적인 식사 제안을 하기는커녕, 식사 자리가 만들어지더라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지 못한다. 나는 대학에서 부동산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업계에서 알고 지내는 선후배들이 많은 편이다. 따라서 외부 사람과의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고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기존 지인들을 통해 타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는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내가 관심 없는 분야(부동산 금융)에만 지인들이 몰려있어 내가 궁금한 부분에 대해 답변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업무 미팅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기’ 내가 찾은 해결 방법이다.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3~5년 내외의 주니어였다. 주니어끼리 대화하다 보면 아무래도 폭넓은 시야를 가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업무미팅에 참여하는 외부·내부 사람들은 모두 10년 이상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미팅에 참여함으로써 책에는 나오지 않는 업계 용어들을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업계 동향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시선에서 보는 업계 동향은 곧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특징과 해당 회사의 분위기에 대해 대략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시점이 해당 분야로 이직할 만한 타이밍인지 고민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얻게 된다. 나는 업무 미팅을 통해 내가 부동산 금융 분야와 잘 맞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진 한편, 기관투자자로서의 개발업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부동산업은 회식과 접대가 많은 업계 중 하나이다. 이런 업계에서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행운이다. 실제로 주변을 살펴보면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흡연은 물론, 잦은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도 상당수이다. 물론 이 방법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내향형의 비흡연자이며 불편한 술자리는 싫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상사들이 양질의 인사이트와 이너서클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그들과의 대화와 업무를 통해 나의 미래를 조금씩 그려나가고 있다. 여러분도 부딪쳐보아라. 그러면 당신만의 해결 방안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