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동산 개발은 사업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10년(본인의 경우를 말한 것이며 보통은 5년 내외이다.)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호흡이 긴 업무이다. 당신이 학생일 때를 떠올려 보아라. 매 시험이 끝날 때마다 파티가 열리지 않았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비하던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 업무를 하면서 행복의 기준을 똑같이 ‘사업의 완료’에 둔다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슈들이 튀어나온다. 토지 주인이 땅을 판다고 해서 투자 제안서를 작성하고, 투자자까지 모두 설득해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토지를 안 판다고 말을 바꿔 사업이 무산되기도 한다. 만약 무사히 토지 매매 계약이 이루어지더라도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인허가가 2~3년 이상으로 길어지기도 하며, 갑자기 제도가 바뀌어서 구상했던 사업 모델이 불가능해지기도 하며, 공사를 약속했던 시공사가 경영 악화로 가압류가 걸리면서 대출이 불가능해지기도 하는 등, 멘탈을 뒤흔드는 무수한 이슈들이 터져 나온다. 이러한 여러 이슈를 경험하면서, 나는 업무의 행복을 ‘사업의 완료’가 아닌 ‘사업’ 그 자체에 두게 되었다.
“당신은 자녀를 양육할 때 자녀가 성공하여 출가하였을 때만 행복했나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할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뒤집기 하는 순간, 엄마 혹은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어느덧 성인이 돼서 돈벌이를 시작하고, 본인과 같은 부모가 되는 등, 매 순간 자랑스러움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물론 각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당연히 있지만서도 말이다.
표현하자면, 나에게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사업 그 자체이다. 사업이 한 단계 한 단계 진행되는 매 순간 고통과 함께 기쁨을 느낀다. 즉, 개발 예정 부지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찾았을 때, 투자 제안에 대한 투자자의 태도가 적극적일 때, 금리 및 각종 수수료 협의가 잘 마무리되었을 때와같이 각 사업 단계의 사소한 순간에서 행복을 느낀다. 구상했던 사업이 현실화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나 또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쾌감을 느낀다. 부모가 되고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사업은 나를 성장시켜 주기도 하는 자식과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