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외향적인 건 아니에요.

by 커리어걸즈

“너는 MBTI E지?”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다들 인사팀, 특히 교육 및 커뮤니티 운영하는 일을 한다고 하면 인간 리트리버를 상상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HR 담당부서 직무 설명은 보통 아래와 같다.


이타적이고 배려심 깊은 분

유연한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유하신 분

타인의 성장을 돕는 것에 가치를 높게 두는 분

원만한 대인관계 및 뛰어난 팀워크 역량 보유하신 분

다양한 팀과의 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


어떤가? 사람 좋아하는, 이타적인, 친절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넉살 좋은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가? 단언컨대, 아닌 경우가 꽤 많다. 우선 나부터 보면, 취업하기 전까지 줄곧 내향인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 가는 걸 꺼렸다. 꼭 가야 하는 자리면 친한 사람들이 있는지를 미리 확인했다. 다녀오고 나서는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누워있곤 했다.


사기업 교육직에 취업하면서 점차 성격이 변했다. 한 선배님은 교육과 커뮤니티 운영의 핵심은 멋(짐)이라고 했다. 참가자가 교육 혹은 이벤트 경험을 ‘기쁘다’ 라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참가 전 안내부터 행사 후 연락까지 환대는 생명이다.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ㅇㅇ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라고 밝게 인사를 건낸다. 물론, 멋진 간식이나 음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진행 중간에 “ㅇㅇ님, 이번 내용 어땠어요?”라든가, 얼굴이 안 좋아보이는 분께 “ㅇㅇ님, 어디 안 좋아요?” 이렇게 세심한 관심을 가지면 더욱 좋다. 계속 일하다 보면 어느새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사회생활용 성격’이 형성되는 건 이때부터다. 일에서 요구되는 성향과 나의 본래 성향의 간극이 넓어질 때. 인사 교육 직무를 하다보면 웬만한 성격, 인성, 기질 검사는 다 해보게 된다. 덕분에 내 성격이 다면적으로 변하는 걸 발견했다. 최근 MBTI와 Big 5 검사는 ‘극도로 외향적인’ 사람으로 나왔다. 흥미로운 건, 버크만 검사와 TCI 검사였다. 버크만 검사는 ‘내향인이지만, 일에서 외향적이어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해석됐다. TCI 검사는 나를 가리켜, ‘감정 전이가 잘 된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건 공감과 달리, 나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는데 타인이 화내고 있는 상황에서 나도 똑같이 화를 느끼게 된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타인이 보는 나는 ‘외향적이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사람’인 반면, 내가 보는 나는 ‘타인에게 맞추기 위해 애쓰는 사람’인 셈이다.


인사팀 사람들은 내향인 반, 외향인 반 정도 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참가자 앞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기 전에 꼭 청심환을 먹는 선배가 있었다. 진행할 때 말할 내용을 다 정리해서 연습하던 동료도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가서 친해지는 선배가 있었다. 어떤 말이든 재밌게 이어가는 동료가 있었다. 참가자가 아니라 일하는 동료로서 그들과 일해보면 안다. 아, 이 사람 애쓰고 있구나. 아니면 천직이구나!

사람은 다 다르다. 인사 일 하는 사람도 똑같다. 다 인간 리트리버는 아니다. 보더콜리도 있다. 아니, 보더콜리처럼 살고 있는, 슈퍼샤이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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