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사실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또렷하게 말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주변 분들을 보면 경영, 심리, 기업교육을 학사 혹은 석사 이상으로 전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사 직무로 올 때, 항상 빠지지 않았던 질문이 있었다. “선생님 할 수 있었는데 왜 기업으로 오시나요?” 라고 다들 물어볼 정도로 생각보다 교육 전공자가 많지 않다. 특히 학사 출신은 거의 없다. 대부분 석사 이상이다. 인사 업계에서 학력은 고고익선이다. HRD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나는 학사에, 영어교육 전공에, 기업 교육과는 무관한 인턴 경력뿐이었다. 취업하고 나서야 알았지만, 많이들 하는 취업 스터디나 컨설팅도 해보지 못했다. 즉, 나의 준비 방법은 ‘취업의 정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떻게 기업에서 HR 커리어를 시작했는가? 기본적으로 두 가지를 항상 염두에 뒀다. 나 그리고 일, 이 두 가지를 잘 알아야 한다. 일단 나를 잘 알기. 인사 업무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사람을 잘 대하고 좋아하는 건 이 일의 기본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안내하는 게 일인데 발표를 떨려 하는 사람이라면 교육 진행자가 되기 어렵다. 혹은 사람들을 대할 때 쓰는 에너지가 너무 크면 일을 마치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부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언제 에너지를 많이 쓰는지, 나는 어떤 사람과 일을 선호하는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이게 무슨 자기 계발도 아니고 취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싶을 수 있다. 일례로, 취업 멘토링에서 멘티들은 인사 업무 어떤지 많이 물어본다. 나는 역으로 질문한다. “**님은 어떤 사람이에요?” 인사팀은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회사에 있다. 여느 업무보다 인사팀의 업무는 회사 특성(업계, 제품/서비스, 산업 구조 등)을 많이 따라간다. 특정 회사에서는 특정 성향을 띤 사람들이 많아서 인사팀 입장에서는 그 결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오피스에서 문서 작업만 하는 일은 싫고요, 실제로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하는 분의 일은 “저는 빠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우리 회사의 큰 그림을 보고 싶어요.” 하는 분의 일과 확연히 다르다. 같은 인사팀이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나를 잘 알아야 내게 맞는 회사와 직무를 선택할 수 있고, 이후에 우리 회사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일을 잘 아는 건 나를 알아가는 것과 연결된다. 사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일을 잘 알기란 쉽지 않다. 회사의 직무기술서를 아무리 읽어도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준비를 했는지, 그래서 입사 후에 무슨 일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건 무리다. 최근에는 이런 고민은 커피챗으로 많이 해결하는 듯하다. 커피챗도 좋지만, 나는 수많은 레퍼런스를 찾아 헤맸다. 링크드인에서 관심 있는 회사를 검색한다. 그 회사 인사팀에 있는 사람의 정보를 파악한다. 이때 중요한 건 연차, 직무, 업계를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쓴 블로그, 브런치, 기고 글 등을 다양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조금씩 관심이 가는 영역이 생긴다. 여기서 핵심은 그 사람이 갔던 강연, 컨퍼런스,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겪은 경험(학력, 자격증, 교육 프로그램, 회사 등)을 해보기다. 그 업계에 물리적으로 발을 내딛는 게 그 시작이다.
추가로, 인사 업계를 고민한다면 공부와 네트워킹을 소홀히 하기 힘들다. 관련 자격증(노무사, 경영지도사 등)을 공부하기, 다양한 책들을 읽고 기록을 남기기,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모임(독서, 취미, 네트워킹 모임 등)에 참여하기 등 성장과 연결의 경험을 내 안에 켜켜이 쌓는 것도 추천한다. 실제로 특정한 결과(자격증 취득, 베스트셀러 선정, 모임장 되기 등)가 아니어도 그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 스킬, 인맥은 실무에서 꽤 유용하다.
얼마나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최근에 들었던 가장 현명한 답(우리 부록 참고)이 있었다. 계속하다 보면 ‘좋은 게 뭐고, 안 좋은 게 뭔지 아는 순간’ 이 온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모든 책이, 연사의 말이, 이론이 다 옳게만 느껴진다. 차츰 공부량과 경험이 늘면 ‘저 이야기는 내 생각과 다른데?’ 라든가, ‘이 책은 이 부분이 좀 부족하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종의 식별 능력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견뎌내는 힘이 나, 그리고 당신에게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