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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현 팀장 Aug 07. 2023

기획을 준비한다면서 마케팅과 디자인 차이도 모른다고?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어봤지만, 사실 당신이 신입이라면 마케팅과 디자인의 차이를 모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마케팅과 디자인에 대한 개념은 당신이 속한 산업과 기업에 따라서 정의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몰라도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마케터거나 디자이너 또는 '기획'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마케팅과 디자인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업무를 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둘은 비슷하면서도 본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사실 저도 평소에 이런 생각을 잘 안하고 있다가, 얼마전에 후배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장님, 지난 번에 마케팅과 디자인이 비슷한 
범주라고 하셨는데, 마케팅과 디자인이 그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거잖아요? 둘의 정확한 차이가 뭐예요?


저는 위의 질문을 받고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동안 마케팅과 디자인의 차이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후배의 질문을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완전히 한방 먹은 셈이죠. 


그래서 저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을 하면서 후배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지금 당장 말해주고 싶지만, 내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거든.
그리고 내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하니까, 일단 한번 정리하고 이따 말해줄게.


그래서 후배 몰래 정리해보겠습니다. 


마케팅과 디자인은 도대체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일까요?




1. Chat GPT가 알려준 마케팅 vs. 디자인



우선 Chat GPT의 설명을 체크해보겠습니다. 저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Chat GPT가 정의한 Marketing
마케팅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성공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수행되는 활동과 전략을 의미합니다. 마케팅은 시장 조사, 고객 요구 분석, 경쟁 분석 등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타겟 고객에게 적합하게 전달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합니다. 마케팅은 제품의 가치를 강조하고 고객의 니즈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데 중점을 두며, 광고, 판촉 활동, 가격 전략, 유통 채널 관리 등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의 인지도와 판매를 증진시킵니다.


GPT의 설명을 보니,,,


 제가 바라보는 마케팅은 크게 리서치, 고객관리, 전략기획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유통관리로 나누어지므로, Chat GPT가 정의한 마케팅과 제가 정의하는 마케팅은 거의 95% 이상의 유사성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어떨까요?


Chat GPT가 정의한 Design
디자인은 제품, 브랜드, 그래픽, 웹 사이트, 패키지 등을 시각적, 경험적, 기능적으로 구성하여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브랜드의 시각적 인상과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자인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 중심으로 디자인하여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감성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디자인은 제품의 기능과 형태, 사용자 인터페이스, 색상과 이미지, 레이아웃 등을 고려하여 제품이나 브랜드의 고유성과 시각적인 매력을 부여합니다.



제가 바라보는 디자인은 고객보다는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제품을 통해서 기업의 브랜딩을 한다는 위의 정의는 내가 정의하는 디자인과 80% 정도의 유사성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렇게만 정의하는 것은 마케팅과 디자인을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뭔가 마케팅은 고객을 중시하고, 디자인은 제품을 중시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마케팅 기획자의 타이틀이 PM(Product Manager)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마케팅에서도 제품이 매우 중요하고, 디자인에서도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브랜딩을 디자인에서 말하다니, 둘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것일까요?


2. 듀얼 프로세스 이론으로 바라본 마케팅 vs. 디자인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3058890630


제가 위의 칼럼을 괜히 작성해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비즈니스, 아니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사람'과 관계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절반 이상은 듀얼 프로세스 이론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쉽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케팅과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케팅은 이성적인 활동(시스템 2)에 가깝고, 디자인은 감성적인 활동(시스템 1)에 가깝다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마케터들과 디자이너들이 개소리하지 말라고 할 것이 분명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Marketing은 고객에 초점을 맞춥니다. 더 정확히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죠. 여기에는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분명히 마케팅은 감성적인 측면도 필요하지만, 마케팅에서 고객 조사를 할 때는 이성적으로 진행하는 편입니다. 



고객에게 제품의 어떤 요인을 고려해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마케터들은 전통적으로 리시처(research)라는 영역을 발달시켰습니다. 그리고 리서치는 작게는 수백에서 수천, 많게는 수만에서 수십만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를 통해서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뽑아내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서 기획을 진행합니다.



Design은 제품에 초점을 맞춥니다. 더 정확히는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고 그 제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죠.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한된 제품들을 디자인해서 대량으로 생산함으로써 매출을 늘리는 방식을 고수해왔습니다.


삼성이 휴대폰을 마구잡이로 찍어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디자인은 제품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래서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제품은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들과 그들이 제품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 자동차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나의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것처럼 말이죠.



3. 마케팅과 디자인은 상호보완적이다


이 글의 목적 자체가 마케팅과 디자인을 구분하기 위해서 작성한 것인지만,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지만,


마케팅 = 이성적인 활동
디자인 = 감성적인 활동



사실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완전하지 못합니다. 세상이 흑색과 백색만으로 구분되지 않듯이 늘 진실은 흑과 백의 중간 어디엔가 위치하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케팅도 감성적인 활동이 필요하고, 디자인도 이성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둘은 서로의 관점을 공유함으로써 고객을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로써 고객이 더 중독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술이 교양 및 인문학과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결과물이 나온다.
― 스티브 잡스(Steve Jobs)




괜히 스티브 잡스가 위와 같이 말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빅 데이터를 통해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마케터들은 디자이너들이 바라보는 고객들의 행동 패턴은 어떠한지를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케터들이 지니고 있는 것은 객관적인 데이터지만,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제가 '주관적인'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니까 참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큰코 다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고객은 고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으로 말이죠. 실례로, 불과 100~150년 전만하더라도 사람들은 운송수단으로 더 나은 마차를 원했지만, 통찰력이 뛰어났던 디자이너들은 마차 대신에 자동차, 지하철, 버스를 만들어냈습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최근에 유행하는 옷이나 화장품을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다고 믿지만, 패션 트렌드의 대부분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형성한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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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진정한 통찰력은 객관적인 이성(시스템 2)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감성(시스템 1)이 조화될 때 꽃을 피우게 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통찰력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소수의 사람들을 심도 깊게 연구하고, 거기서 통찰력을 얻어내지만, 그 통찰력이 실제로 유효한 것인지, 기업들이 수십에서 수백 억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것인지를 검증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바라보면 현실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마케터들이 책상에 앉아서 전화를 돌리거나 리서치 기관에 의뢰한 데이터를 신뢰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마케터들은 디자이너들의 표본이 충분하지 않고 매우 주관적인 경향성을 지니고 있고,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방식이 아니라는 식으로 평가절하기 일쑤입니다. 



둘의 주장은 모두 옳지만, 
듀얼 프로세스 이론이라는 
관점에서 둘의 주장은 모두 틀렸다.



그래서 성공을 위해서는 둘은 모두 서로를 이해하는 관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소수의 집단에게서 나온 '깊은 이해(deep understanding)'와
다수의 집단에서 나은 '넓은 이해(broaden understanding)'가 모두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마케팅과 디자인 팀에 속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룰 때, 기업은 성공을 쟁취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팀장님, 지난 번에 마케팅과 디자인이 비슷한 
범주라고 하셨는데, 마케팅과 디자인이 그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거잖아요? 둘의 정확한 차이가 뭐예요?




이제 제가 작성한 위의 글을 보고 위의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후배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서, 아래와 같이 테이블로 정리해두겠습니다. 




위의 구분이 완벽하게 마케팅과 디자인을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마케팅과 디자인의 본질적인 차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



p.s. 마케팅과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업계와 기업의 특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마케터들은 정량적인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적인 조사도 진행합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정의를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당신의 상황에 맞게 변주해서 이해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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