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자소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분들을 위한 칼럼입니다. 특히 취업 및 이직을 하는 과정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팀장님, 제가 아는 HR 전문가분께서
자기소개서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는데,
팀장님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하시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가 구독자님들 혹은 강의를 할 때 이런 비슷한 유형의 질문들을 받아서 이번 칼럼으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3144979861
우선 제가 위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각자가 경험하고 학습한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HR 전문가와 저와의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시고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엄밀히 말하자면 '자소서'가 사라질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소서를 통해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항목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자소서를 통해서 당신의 무엇을 보고자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소프트 스킬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자소서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1차적으로는요.
제가 이 글에서 소개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보겠습니다.
다음 두 사람 중 당신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유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A라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있다.
[1유형]
K군은 SKY 출신에 해외 MBA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블랙숄즈 모형을 이용해서 옵션 가격이 가진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해낸다. K군은 온갖 복잡한 수식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 덕분에 금융시장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해낸다.
[2유형]
반면, L양은 블랙숄즈 모형이 뭔지 잘 모른다. L양은 금융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을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L양은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에 장점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업무는 솔직하게 요청하며,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런 소프트한 그녀의 역량 덕분인지, A사의 주요 고객들은 늘 L양을 찾는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대학생활을 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팀플을 할 때는 1유형보다는 2유형의 사람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스펙이 뛰어날지라도 팀워크 역량이 없는 사람보다는 팀워크 역량이 있는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제가 자소서가 앞으로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HR 전문가분의 의견과 다르게, 자소서가 앞으로 여전히 강력한 채용 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자소서는 당신의 스펙을 말하는 하드 스킬을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소프트 스킬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2659291753
제가 위의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수많은 연구논문들과 기업의 CEO들이 하드 스킬보다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세계적인 AI 전문가 리카이푸(Lee Kai-fu)가 말했던 것처럼, AI의 등장으로 인해서 하드 스킬보다는 소프트 스킬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자소서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서 말씀드렸다시피, 자소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더 정확히는 소프트 스킬을 평가하기 위해서 자소서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1차원적인 관점입니다.
HR 전문가분께서는 저보다 훌륭하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자소서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말한 기저에는 소프트 스킬을 평가할 다른 대안을 고려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팬데믹 이후의 시대 배경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환경에 있어서 팬데믹 이후 시대의 특징을 하나 꼽으라면, 당연히 비대면 환경,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적인 측면에서 보면 재택 근무 증가를 경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요새 흔히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이라고 부르는 재택 근무 증가로 인해서 기업은 지원자의 업무 태도를 포함하는 소프트 스킬을 더욱 더 강하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HR 전문가분께서 "채용 프로세스에서 자소서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 문장 뒤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생략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채용 프로세스에서 자소서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신, 인적성 검사나 면접을 보는 횟수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자기소개서는 글로 작성될 수 있고, 글은 타인에 의해서 혹은 오랫동안 생각한 이후에 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자의 소프트 스킬을 온전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 재택 근무 증가로 인하여 기업은 지원자의 업무 태도나 직업 윤리 등을 더욱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적성이나 면접을 보는 횟수나 강도를 늘림으로써 지원자의 소프트 스킬을 더 면밀하고 꼼꼼하게 체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구글의 HR 상무이사 출신인 라즐로 복(Laszlo Bock)은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우리 제품이 늘 더 나은 품질로 개선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채용 과정도 늘 개선될 수 있다. (···) 구글의 여러 사업부 중 한 곳에서 인적자원 담당자로 활동하는 토드 칼라일은 우리 인력관리 팀에 소속되어 분석가로 일할 때, 한 사람의 직원을 채용하는 데 스물다섯 번이나 면접을 하는 것이 과연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 4차례의 면접이 86퍼센트 신뢰도로 적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번째 면접부터는 면접을 1차례 더 할 때마다 1페선트씩 예측 정확도가 개선될 뿐이라고 했다. (···)
물론 위의 글은 20회가 넘는 면접 방식을 가지고 있던 구글의 방식에 물음표를 제기하고, 더 적은 비용을 들여서 더 효과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개선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인용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들의 면접의 횟수는 1~2회로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면접의 '강도'적인 측면에서 저는 '비즈니스 케이스(Business Case)'라고 불리우는,주로 컨설팅 업계에서 면접을 보는 방식이 점진적으로 도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을 통해서 말이죠.
Q. 본인이 선택한 직무의 고객군별 특성은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Q. 저희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믹스의 특성들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Q. 저희 기업의 경쟁사와 잠재 진입자들을 파악하고 계신가요?
Q. 저희 회사의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계신가요? 본인이 선택한 직무와의 연관성은 어떨까요?
Q.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위와 같은 질문들의 대부분은 보통 컨설팅 펌이나 기업의 경영전략 직군이나 기획 업무를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나, 영업사원이나, 기획이 아닌 마케터들이나, 재무회계 또는 R&D 직군들에게는 잘 묻지 않죠.
하지만 저는 앞으로 이런 질문들을 일반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를 보는 프레임이 잡혀있는 사람이 훨씬 더 빠르게 업무에 녹아들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은 자소서의 항목으로 당신의 생각을 요구하는 질문들을 넣는 추세입니다.
Q. 직무와 관련된 이슈를 선정하여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기술해 주세요.
Q. 최근 사회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해주세요.
Q. 산업의 변화에 대비하여 현대자동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주십시오.
위와 같은 질문들이 어렵게 들릴 수 있겠지만, 위와 같은 질문들은 결국 기업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것을 뜻합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careerners/products/5904239963
그래서 제가 늘 강조드리는 것이 자소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성공 경험이 아니라, 일에 대한 당신의 프레임이라는 것입니다.
일에 대해서 당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이 일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생각하면서 일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시로 설명드려보겠습니다.
3,912x211이 얼마냐는 질문에 A 지원자는 825,432라고 말했고, B 지원자는 대략 800,000이라고 말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기업은 어떤 직원을 채용할까요? 두뇌 회전이 매우 빨라서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A 지원자를 채용할까요?
아닙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주어진 조건들을 토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생각을 어떻게 활용해서 환경에 맞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는 B 지원자와 같은 사람을 원합니다.
B 지원자는 답이 틀렸습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본인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만약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 글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일단 어떻게든 취업만 하면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기업은 오늘도 성격이 더러운, 아니 더 정확히는 자신의 돈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는 이기적인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앞으로 마주할 고객, 상사, 주주 등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은 끊임없이 당신의 생각에 의문과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기업이 '생각'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인재를 채용하려고 하는 것이죠. 자소서를 통해서든, 면접의 횟수나 강도를 늘리는 방향으로든 말이죠.
자,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칼럼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AI 덕분에 자소서는 사라지지 않을까? 면접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통해서 자소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사라진다하더라도 면접의 강도나 횟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 소프트 스킬 중요도 증가로 자소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 재택 근무 증가로 인해 면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3. 결국 기업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채용하고자 한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구요?
당신 스스로에 대해서 이해하고, 일에 대해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과 일의 연결고리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생각을 하는 습관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오늘 제게 질문을 한 구독자님께서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HR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까 정답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저희 구독자님들 중 어떤 분들은 제가 글을 썼다는 이유로 제가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당신은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답을 만들어가셔야 합니다. HR 전문가, 또는 저의 의견은 타인의 의견으로 참조만 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커리어의 맥락과 다른 전문가들의 맥락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소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을 의미없이 생각하지 말기를 저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 그리고 쓴 글을 말로 표현하면서 당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당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하는 원리를 습득하는 성장의 기회로 여기길 추천드리겠습니다.
p.s. 합격자소서를 참고하거나, 전문가의 말을 그대로 베껴서 면접에서 말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제를 스펙에서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스펙을 쌓더라도 본질에 입각한 방법으로 쌓기를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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