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이해하기 전에, 당신은 당신을 이해했는가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의 진짜 의미

by 강동현
나는 이미 나를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나를 이해하는 것은 건너뛰고,
일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해.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럴 때마다 문득 한 문장이 떠오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문장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조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상담 자리에서 이 말을 직접 꺼내지는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문장은 지나치게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삶의 지침이라기보다는, 어딘가 공중에 떠 있는 격언처럼 들린다.



게다가 한 가지 점에서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다. 사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평생 동안 자기 자신과 함께 살아간다. 생각도, 감정도, 욕망도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난다. 이런 조건 속에서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라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바로 그 자연스러움에 있다. 인간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사회화된다. 가족, 학교, 또래, 조직, 문화, 시대정신.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프레임 속에서 세계를 배우고 해석한다. "수동적으로." 그래서 그 과정에서 형성된 생각과 신념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종종 내 생각이 아닌 것을 내 생각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보통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당신만의 프레임, 즉 관점은 무엇인가?


만약 이 질문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꿔보자.



당신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당신의 성격적 특성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요소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가?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직 자기 자신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만약 당신이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직 ‘일’이라는 문제를 탐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직무나 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일 또한 외부의 기준에 의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내 경험상 이 질문에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략 20%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나는 이미 나를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면, 역설적이게도 그 확신 자체가 착각일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자신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친숙함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과도 닮아 있다.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자주 접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가장 잘 안다고 느낀다.


그러나 의식과 무의식의 구조를 탐구해온 심리학은 오랫동안 다른 사실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기는커녕, 아주 작은 부분만 의식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기이해는 단순한 자기소개나 성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붙어 있는 수많은 사회적 프레임을 하나씩 벗겨내는 작업에 가깝다.


그리고 그 작업의 출발점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아주 단순한 질문이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가.
나는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일에 깊이 몰입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일을 이해할 준비를 하게 된다.




▶ '나'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론, 자기이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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