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자소서에 '완벽주의', '꼼꼼한 성격'과 같은 초등학생도 말할 수 있는 내용을 작성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혹시 그렇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완벽은 좋음의 적이다.
The best is the enemy of the good.
― 볼테르(Voltaire)
많은 학생들의 자소서를 받다보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아직도 '저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또는 '저는 너무 꼼꼼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게 학생들의 눈에서는 어차피 단점이므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선택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소서에 완벽주의를 작성하면 안되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너무 식상합니다.
표본이 작긴 하지만, 저에게 자소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친구들 중 15% 이상이 완벽주의나 꼼꼼함하다는 단점을 작성합니다.
그렇다면 수백에서 수천 장의 자소서를 검토하는 인사담당자는 어떨까요? 완벽주의나 꼼꼼함과 같은 키워드만 봐도 질리지 않을까요?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인사담당자 2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소서에서 가장 비호감이 가는 키워드 1위 41.9%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1.
그렇다면 도대체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자... 저는 이 글에서 '완벽주의'가 비즈니스적으로 최악인 이유를 제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프레임들을 활용해서 설명해보려 합니다.
저는[오늘의 프레임]에서 이미 최소기능제품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MVP는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MVP(Most Valuable Player)가 아니라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이라고 말이죠.
MVP 개념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최대한 빠르게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품의 시장가능성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테스트를 하는 것이죠.
만약 기업의 입장에서 당신이 완벽하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을 뽑고 싶어할까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즉 개발 업계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리팩토링입니다.
어느 업계든지 마찬가지겠지만, IT 업계에서 가장 골칫거리 중 하나는 늘 납기일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뒤늦게 맨먼스를 다시 계산해서 고객사와 수면 아래에서 협상을 진행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투입해서 비용을 날려버리는 멍청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래서 보통은 일단 고객사와 사전에 협의한 내용에 따라 일단 프로그램이 굴러가게 만든 다음에 외부 동작을 바꾸지 않으면서 내부 구조를 개선하는 리팩토링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만약 기업의 입장에서 당신이 완벽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을 뽑고 싶어할까요?
https://smartstore.naver.com/careerners/products/5904239963
경제학에서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즉, 일을 시작한 뒤에 어느 시점이 지난 뒤에는 일의 효율성과 효용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죠.
저는 실제로 글로벌 대기업의 향후 5년 매출을 책임져줄 연구 보고서를 평가하기 위해서 1억이 넘는 돈을 들여서 외부 컨설턴트 그룹을 고용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작성한 보고서의 품질을 검토하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보고서의 품질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서가 수정을 거칠때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성되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 외부 컨설턴트에게 의뢰했던 것입니다.
보고서_초안.docx, 보고서_수정 1.docx, 보고서_수정2.docx ······· 보고서_최종.docx
외부 컨설턴트 그룹이 보고서의 품질을 평가한 결과 수정 2~최종까지는 수정 1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완전히 낭비했다는 뜻입니다.
아마 당신도 과제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수없이 수정을 많이 해보지만 처음 작성했던 결과물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상사가 될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완벽하게 제출하기 위해 끙끙대는 것보다는 빠르게 작성해서 피드백을 받고 한 번 더 수정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고요?
넷상에서도 아주아주 유명한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을 빌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마이크 타이슨
어쩌면 지금 당신도 완벽한 기업에 들어가기 꿈꾸기 위해서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류탈락을 맛보고 면접장에서 '소신이 없는 지원자로 보이네요'라는 말을 듣고나면, 자신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계획만 해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빠르게 계획하고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이 세상이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될 수 있는 완벽한 세계라면, 당신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완벽주의'나 '꼼꼼함'으로 단점을 어필하기보다는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늘 비용을 어떻게 절감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고객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진행하겠다고 어필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일을 질질 끌다가 때를 놓쳐서 계약을 날려버리는 직원처럼,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상사와 아무런 상의없이 일을 혼자 해결해보려고 끙끙 앓다가 8천 5백만 원짜리 사고를 내는 직원처럼, '꼼꼼한' 성격 때문에 납기일이 다 되어서야 부랴부랴 일을 하는 직원처럼.... 채용 리스크가 있는 직원은 없습니다.
완벽주의, 꼼꼼함... 이제는 그만 버리시기 바랍니다.
p.s.1: 물론 모든 직무에서 '완벽주의'가 단점이라고 설명하는 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레티클에 있는 회로패턴을 수십 나노 단위 오차도 없이 웨이퍼에 찍어내는 반도체 엔지니어를 희망한다면 '완벽주의'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입니다.
p.s.2: 어떤 키워드를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분은 제가 작성한 성격 관련 칼럼을 읽어보세요. 200가지가 넘는 키워들을 통해 뭔가 건져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More resources:
원하는 커리어 패스를 밟기 위한 테스트 앤 런 전략
References an Notes:
1. SBS NEWS(2013). "자기소개서에 쓰지 말아야 할 단어는 '완벽주의'"
출처: 커리어너스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