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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Aug 08. 2024

도미니카 (Dominica)

가꿔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카리브해의 각 섬마다 인간이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는 조금씩 다르다. 바베이도스나 그랜드 케이맨처럼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얼마 안 남은 자연을 보호하는 경우도 있고, 앵귈라나 네비스처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도미니카는 조금 다르다. 도미니카에서는 인간이 주어가 아니라 자연이 주어가 되는 것이 맞다. 자연의 품에 인간이 안겨 있다 표현함이 옳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봐도, 어디를 둘러봐도, 도미니카의 자연은, 한없이 아름답다.





2021년, 섬마다 자가 격리가 추상 같던 시절, 도미니카는 5일 자가 격리 후 PCR 검사 음성 시 격리를 해제해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미니카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인구가 7만 명에 불과해 인구 밀도도 카리브해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보니, 자가 격리 중인 관광객도 방역 택시와 인솔 가이드만 대동하면 리조트 밖으로 관광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다중시설은 이용 불가). 그리고, 방역 리조트에서 자가 격리를 하면 리조트 내에서는 제약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가성비 좋고 땅이 넓은 리조트를 예약했고 (그렇게 예약하게 된 곳이 바로 Citrus Creek Plantation), 그 덕에 심심할 때마다 경내를 산책하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19 기간 중 가장 ‘헐렁했던’ 자가 격리의 기억이 아닐까.





도미니카의 면적은 750㎢로 서울보다 조금 큰 수준. 그런데 이 섬에 활화산만 9개가 몰려 있으니, 전세계에서 활화산이 가장 조밀하게 몰려 있는 셈. 당연히 도처에 화산 활동의 증거가 널려 있다.





도미니카의 왕성한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지형이 또 있다. 바로 Red Rocks인데, 이름 그대로 붉은 바위가 드러나 있으니 이보다 정직한 작명법이 있을까 싶다. 대체 어떻게 이런 장관이 만들어진 것일까.


먼 옛날, 그날도 평화로웠던 (?) 도미니카에서 또 한번 화산이 분출했고, 점도 낮은 용암이 빠르게 흘러내려 바닷가까지 나아가 버렸다. 드디어 바닷물과 만났으니 빠르게 식어 버렸음은 당연하고, 그 결과 거대한 현무암 덩이가 바닷가에 생성된 것. 그러나 매일 같이 평화로운 (?) 도미니카가 이 현무암을 가만 둘리 없었다. 매서운 파도와 비바람에 현무암은 급격히 풍화되어 갔고, 현무암에 풍부하게 포함된 철분은 산화되어 붉은 빛을 띄게 되었다.


그러나, 바라만 보고 있어도 경외심이 드는 경관 앞에서 복잡한 지구과학 이야기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냥 멍 때리고 보고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마치 화성 표면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선사하기 위해 긴 시간 열일 한 지구에게 건네는 ‘오늘도 수고했어’ 한 마디는 덤.





화산 활동 왕성한 섬이니, 산은 높고 거칠 것이며 물은 깊고 거칠 것이다. 그래서 도미니카에는 아름다운 폭포가 곳곳에 널려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폭포들만큼 크고 유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화산이 빚어 놓은 계곡에 물이 깎아 놓은 폭포인지라 모양은 하나같이 꽤나 기묘하고 신비하다.


특히 폭포수가 탁한 경우가 많아 색다른 느낌을 주는데, 바로 상류의 화산 지대를 지나면서 황과 각종 미네랄이 물에 녹아들기 때문. 그러니 명심하고 안심하자. 도미니카의 물이 탁하면 이는 인간이 벌인 짓이 아니라는 것을.





왕성한 화산활동으로 웅장한 산이 만들어져 아직 거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 바다도 아직 거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터. 실제로 도미니카의 해변들은 대부분 검정 화산암 모래가 깔려 있거나, 아예 자갈 또는 바위가 깔려 있어 거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 거친 느낌이 묘하게 청정하다. 새하얀 산호 해변이 아름답지만 자꾸 보다 보면 부드러운 느낌이 과해 식상해질 때가 있는 것과는 정반대. 처음에는 사람을 환영해 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잠시 지켜보고 있으면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묘하게 편안함을 준다.


사실 도미니카의 느낌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관광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개발되지 않아 편하게 관광하다 갈 만한 곳은 아니다 (당장 공항만 해도 활주로 길이가 짧아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형 제트기가 취항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연간 관광객 수도 카리브해에서 가장 적은 축에 들어, 근처 세인트 루시아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일단 들어가 보면 그 가꿔지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흡사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을 보듬어 안은 양상. 게다가 관광객도 적으니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오히려 더 쾌적하다. 그러니 거친 자연도 깨끗함으로 다가오고 다소 미진한 인프라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되는 것 아닐까.





‘도미니카’는 라틴어로 일요일을 뜻한다. 카리브해를 탐험하던 콜럼버스가 일요일에 이 섬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리 이름 붙인 것. 그러나 이후 이 섬에 상륙했던 스페인 정착민들은 원주민의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이미 정복이 완료된 다른 카리브해 식민지로 다시 이주하고 만다.


그러고 나서 이 섬에 들어온 사람들이 바로 프랑스인. 도미니카가 프랑스령 과들루프 (Guadeloupe) 와 마르티니크 (Martinique) 사이에 위치하다 보니 목재 등 이 섬의 자원을 노리고 조금씩 정착하기 시작한 것. 당시 프랑스와 영국 양국이 도미니카와 세인트 빈센트 (Saint Vincent) 는 중립 지역으로 남겨 두기로 합의했는데도.


그러나 결국 1763년 이 섬은 영국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7년 전쟁 결과 패전국이 된 프랑스가 도미니카를 영국에 양도하게 되었기 때문. 이후 프랑스가 일시적으로 재점령을 시도하긴 했지만, 결국 도미니카는 1978년 독립 시까지 영국령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Fort Shirley가 바로 이 역사의 결과물이다. 도미니카를 차지한 영국이 방어를 위해 이 요새를 짓기 시작했기 때문. 이후 이 지역을 일시 탈환한 프랑스군이 요새를 증축했고 이를 영국군이 다시 그대로 인수했으니, 영국과 프랑스의 합작품인 셈.





이 섬의 역사를 알고 나면 수도가 왜 Roseau인지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프랑스인들이 먼저 이 섬을 식민지로 삼아 이곳 저곳에 불어 지명을 붙였고, 이후 영국이 식민지를 빼앗고 이름은 그냥 두고 쓰기로 한 것. 그런데 이런 경우가 카리브해에는 부지기수. 프랑스가 영국에 빼앗긴 식민지가 한 두 개가 아닌 모양이고 (사실 그러하다…), 또 영국도 남이 쓰던 이름을 웬만하면 그냥 쓰는 모양이다.


여튼, 도미니카가 워낙 인구가 적다 보니 (7만 5천 명 수준), 수도 Roseau도 인구 만 오천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이지만 충분히 번화한 느낌을 준다. 더 크고 번화한 다른 카리브 도시들보다 작을 뿐, 입법/행정/사법 등 주요 기관들도 다 모여 있고 무역/상업 등 기능도 다 집중되어 있다. 거기에 자가 격리까지 며칠 했더니, Roseau가 그렇게 활기차 보일 수가 없었다.





꼭 해봐야 할 일: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감상하기, Red Rocks와 Cold Springs 등 화산 활동의 증거 확인해 보기, Trafalgar Falls 구경해 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5도로 다소 더움. 6월~12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중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윈드워드 제도 (Windward Islands) 에 속하며, 과들루프 섬 (Guadeloupe) 남쪽 약 40km 및 마르티니크 섬 (Martinique) 북쪽 약 4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바베이도스 (BGI), 산후안 (SJU), 신트 마르턴 (SXM), 마이애미 (MIA) 등지에서 하루 1편 정도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1~3.5시간 선). 그리고 이들 공항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워싱턴, 보스턴,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2~5시간 남짓)*.

입국 요건: 도미니카는 대한민국과 사증면제협정 체결국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3개월이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동카리브 달러 (XC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USD = 2.7 XCD). 미 달러 받는 곳도 많으니 (단, 거스름돈은 XCD로 줄 수 있음) 미 달러와 동카리브 달러를 동시 소지하고 환율 계산해 유리한 쪽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 신용카드도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Roseau, Canefield, Chance, Marigot 등지에 NBD 은행 및 NCCU 은행 ATM 존재.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산이 많고 도로가 험해 차량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공항 (DOM) 기준 Roseau, 서해안, 동해안 남부는 80달러 선, 동해안 중/북부는 15~3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60~80달러 선이나, 좌측 통행이며 도로가 험해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또한 temporary license를 발급 받아야 (대부분 렌터카 업체 발급 가능; 3개월 60 XCD, 1개월 30 XCD) 운전 가능하니 (단, 운전면허 취득 후 2년 지나야 발급), 차량 예약 시 temporary permit 발급 여부 확인 권장. 자세한 정보는 도미니카 관광청으로 (https://discoverdominica.com/en/island-transportation).

숙박: 관광 인프라 개발 미진해 고급 호텔이나 빌라 또한 거의 없음 (Cabrits National Park 지역의 Intercontinental 호텔이 일 500~600달러 선으로 거의 유일한 고급 호텔). 대부분 일 100~200달러 선이나, 고객 리뷰 등 통해 상태를 확인 후 예약 권장. 자세한 정보는 도미니카 관광청으로 (https://discoverdominica.com/en/accommodations).

식당/바: 파인 다이닝급 식당은 거의 없고 대부분 캐주얼 다이닝 수준. Callaloo soup, Chatou Water, soursop juice, sorrel punch 등 다양한 현지 요리를 먹어 보길. 자세한 정보는 도미니카 관광청으로 (https://discoverdominica.com/en/restaurants).

전압/콘센트: 230V/50Hz에 플러그 타입 D/G 사용 (즉, 타입 G인 경우 영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767.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999), 도미니카 관광청 (+1-767-448-2045),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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